먼저 자식농사 잘 지어서 훌륭한 법학자 만든 친구에게 참 장하다는 인사와 함께 자네의 지금 심정을 뭐라고 위로해야 좋을지 몰라서 멀리 워싱턴에서 글을 올리네.
공직자의 적격여부를 가려내는 공개 청문회가 열려 TV 화면에서 날카로운 도덕적 잣대로 인간 본성의 취약한 부분을 후벼 파면서 인격심판을 벌이는 장면을 보았네. 지금 한국의 국내외 정세가 도덕적 잣대로 당파싸움만 벌이고 있을 한가한 시점이 아니거니와 또 솔직히 털어서 먼지 안날 도덕군자가 지나간 우리 시대 조류에 가능했던지 돌이켜보고 자성해봐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해보네.
문득 생각이 났네. 40여 년 전 이곳 케네디 센터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만나 등소평 중국 주석이 그 다음날 워싱턴 포스트에서 일갈했던 세기의 명언 말일세.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이면 어떠랴. 쥐 잘 잡는 고양이면 됐지.”
그러나 친구야. 이제 내 얼굴에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세월을 살아온 우리들이기에 노파심에서 한마디 하고 싶네.
무릇 인간은 신념을 지녀야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지. 하지만 반이성적이거나 반지성적인 신념, 그 진영논리의 신념이 충분한 성찰 없이 오만과 독선으로 내면의 자아가 똘똘 뭉쳐 있음을 보네.
코드인사와 독선의 정치로 이념갈등의 비극을 몸소 겪은 세대를 적폐청산이란 명분으로, 이데올로기의 날것에 취해 철부지 외눈박이로 고래고래 고함지르며 휘젓고 날뛰는 이 대한민국을 약진의 용트림으로, 역동성의 패러다임으로 보아지지 않는 것이 나를 쓸쓸하게 하네.
정의와 공정이 새로운 시대정신이라면 도덕과 함께 관용이, 정의와 함께 사랑이 이념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념의 도그마에서 벗어난, 최근사에 찬란히 빛나는 남아공 만델라의 초상을 정책 입안자들이 좌우명으로 박아 두었으면 어떨지 하네. 로마 법언(法諺)의 “극단의 정의는 극단의 불의다”가 유난히 포커스 되는 시국이네.
그러나 친구야. 온 전국에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촛불부대, 태극기부대를 보면서 나는 자랑스러운 내 조국, 희망찬 내 조국의 모습이 내가 마지막 눈 감으면서 담아 가고 싶은 반평생의 노스탤지어의 보람인 듯싶네.
그래서 소리 높여 불러 보고 싶은 노래가 있네. “누군가 미친 짓을 하는데도 희망이 있네요(There’s Hope)”란 노래 말이네.
친구야. 오늘도 나는 으악새 울지 않아도 찾아온 가을 단풍을 쓸면서 우리와 동갑내기의 노래(고복수의 짝사랑)를 흥얼거리면서 생각했네. 우리는 갈 때가 되었는데 이 노래는 오래오래 사랑을 받겠지. 그래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You only live once.” 다음에 태어나면 내가 영문학을 하고 자네가 법학으로 바꾸어 보세. 자네게는 법학의 DNA가 있는 것 같네. 우리 대포 한잔 할 때 자네가 그랬지. 법과를 택한 내가 부러웠다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게나 친구야.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toto combia).
<백 광 / 알렉산드리아,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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