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를 개인이 아닌, LLC로 한다는 것은 비 오는 날, 우산 하나 갖는 셈이다. 태풍까지는 못 막아줘도 웬만한 비는 막아준다. 그런 기대를 갖고 우리는 우산을 산다. LLC 하나 갖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다. 그리고 마침 소나기가 쏟아진다.
남들 허둥댈 때, 나는 아주 여유롭게, 그리고 우아하게, 우산을 편다. 그런데.. 그런데, 아뿔싸. 그것이 다 찢어진 우산일 줄이야. 뻥뻥 뚫린 구멍사이로 먹구름 하늘이 올려다 보인다. 비가 그대로 관통해서 내 얼굴에 차갑게 닿는다. 그렇게 나는 아무 소용도 없을 우산을 들고, 하루 종일 다닌 셈이다.
재산 보호(personal asset protection)와 세금 때문에 개인 이름이 아닌 LLC 명의로 부동산 투자들을 한다. LLC는 limited liability company의 약자다. 책임이 제한되어 있는 회사라는 뜻이다. 그런데 LLC 갖고 있다고, 말 그대로 모든 책임이 제한될까? 최악의 경우에, 정말 그 건물 하나만 포기하면 나머지 재산들은 지켜 낼 수 있을까? 노동법이든 뭐든 소송을 당했는데, 이 LLC 건물은 끄떡없을까? LLC만 들고 있으면 나는 정말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할 수 있을까?
맞다. 그러니까 LLC를 돈 들여서 만들고, 돈 들여서 유지한다. 그러나 모든 LLC가 그럴까? 아니다. 진짜 LLC만 그렇다. 가짜 LLC가 아닌, 진짜 LLC만 재산도 보호받고 효과적인 절세도 가능하다. 무늬만 LLC여서는 말짱 꽝이다. 하루 종일 들고 다닌 우산이 알고 보니 찢어진 우산.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참담함.
개인 돈과 회사 돈을 섞어놓고서는(co-mingling) LLC를 회사 취급해달란다. 개인 회계사비를 왜 LLC가 내나? 개인/회사 일심동체(unity of interest)의 구멍가게가 되면,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나의 ‘짝퉁’ 분신(alter ego) 취급을 받는다. 렌트비 받은 LLC 돈으로 가족들과 외식했다. 회사였다면 공금횡령이고, 회사가 아니었다면 진짜 LLC가 아니다. 결국 나를 보호해줄 줄만 알았던 차단막이 걷히니(piercing the corporate veil) 남은 것은 헛수고 뿐. 내부공격(테넌트)과 외부공격 앞에서 나는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주인이 하나 뿐인(single member) LLC는 더 심각하다. 그러니 자녀 이름으로 5% 지분 넘기고, 트러스트 만들고들 한다. 글쎄.
물론 이렇게 흑백논리로 간단하게 단정 지을 수 없다. 또 그렇게 되려면 상대방이 좀 더 세련된 공격을(fraud, injustice) 준비해야 한다. 케이스다 법정마다 다르다. 다만 내가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딱 하나. 개인 돈과 회사 돈을 구분할 자신도 없고 형식과 절차도 지킬 자신이 없으면, 굳이 돈 들여서 델라웨어나 네바다, 와이오밍까지 가서 옥상옥 LLC 만들 필요까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LLC의 장점이 이것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LLC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의 유일한 방법도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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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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