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이와 같이 지나가도 좋은 것인가?
조근조근 내리는 밖의 빗소리에 잠에서 깬 모양이다. 밤 새도록 내린 모양새다.
한 겨울에 웬 비람! 구정 이라는데, 차라리 함박 눈 이었으면! 몇년 전인가 눈 많이 오던 날, 집 가의 눈 덮인 락크 레이븐 호숫가를 혼자서 걸을 때 끝없이 고독하고 하얀 눈 덮인 풍경이 이대로 먼데로 훌훌 떠나버리고 싶은 내 상처 난 가슴을 포근히 싸주었다. 그때는 지금 보다 더 힘들었다.
춤과 노래와 사랑을 쫓아 일생을 전전하고 사는 집시의 모닥불 사랑이 내 영혼의 그늘진 호수에 드리운 그림자 처럼 막연한 먼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고 싶은 갈망, 그리움!
그 그리움은 슬픈 아름다움으로 나의 꿈 속에서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그것이 헛된 꿈 인걸 안다. 이제 70을 넘긴 나이, 과거의 삶의 파편들이 수북히도 쌓였다.
올해도 이와같이 지나가도 좋은가? 지난 해에 전소하지 못한 꿈의 파편의 잿더미 속에서 불씨를 찾는다. 그리고 새해가 올때마다 기도 드린다. 나에게도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해 달라고, 꿈에서나마도 나를 매혹하는 일, 한마디로 기적을 달라고. 그 기도는 올 해도 여전하다.
헛된 꿈 인줄 안다. 이제는 안다. 그러나 그 동경과 꿈 없이 살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매년 허망과 피곤이 몰려오는 연말의 계산서지만 새해가 내게 주는 ‘유일한 선물’이다.
알베르 까뮈가 말했다던가, 현대인은 그들의 욕망이 채워지는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을 생산해 내고자 외로울 틈 조차 주지않고 주지 않고 자신들의 욕망 만을 뒤쫓으며 살아간다.
그들 자신만의 공간에서 마저도 자신을 잃어버려도 자신을 잃어 버린것 조차 깨닫지 못하면서. 왜 살아 가는 것인가? 애초에 대답 할수 없는 이 물음을 나도 지금 묻고 있다.
새벽 문득 잠에서 깨어나 생명, 죽음, 예술, 존재, 허무의 의미를 생각하며 뒤따르는 이 아득한 감정, 문득 노도 처럼 밀려드는 이 부조리의 감정, 도대체 왜 살아가는 것인가?
어느 신문서 읽은 설문 조사에서 미국인의 73%는 외롭다고 답했다는 보고를 읽은 적이 있다. 삶의 부조리 속에서 단절과 소외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대인은 뼈 속까지 외롭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고속의 정보 문명 속에서 소외감은 더해만 간다. 나의 빼꼼히 열린 예술가의 창문으로 나도 현대인, 외로움과 그리움의 부조리의 바람이 가득히 밀고 들어와 온 공간을 채운다.
나의 존재의 이유, 왜 사는가, 그리고 하루가 이대로 지나가도 좋은가? 질문을 되풀이한다. 여전히 밤 비는 조근조근 내리고 있다.
알렉사! (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놓고 간 내 기계문명의 친구) 베토벤을 틀어줘, 문 라이트 쏘나타, 엘리제, 운명의 교향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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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자 / 미술가 타우슨,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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