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가슴 벅찬 감동이, 때론 말 못할 슬픔과 절망, 고단함이 우리의 삶에는 있다. 특히 낯설고 물 선 이국땅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 한인들에게는 결이 다른 스토리들이 저마다의 가슴 속에 내장돼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속, 이제는 잔잔한 강물처럼 침잠됐을 워싱턴 지역 한인들의 초기 이민생활의 애환과 남다른 사연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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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민 와서 도깨비 달밤에 춤추듯 엉이야벙이야하고 지내다 보니 강산이 네 번도 더 변했다. 누군들 타국에서 뿌리를 내리려고 기승스럽게 살지 않았을까? 황황히 지난 40여년 세월 속에서도 잊히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내가 다니던 회사의 사장 스티브다. 미국 사람치고 그렇게 키가 작은 사람은 처음 봤다.
그 회사에 취직하고 얼마 되지 않아 새집을 샀는데 앞뜰에 잔디를 심어야 했다. 주말에 흙과 두엄을 사서 트랙터로 갈아엎고 잔디 씨를 뿌리려고 그에게 트럭 좀 빌리자고 도움을 청했다. 그는 알았다고 말만 했다. 내 생각에는 공짜로 빌려달라고 해서 그런 줄 알고 포기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그가 작업복을 입고 흙과 두엄을 트럭에 가득 싣고 왔다. 그와 같이 트럭에 있는 것을 다 부리고 나서 얼마냐고 물었다. 그는 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청구서를 보낸다며 훌쩍 가버렸다. 그 청구서는 아직도 받지 못했다. 한번은 회사 일로 그를 만나야 했는데 회사에 없고 교회로 갔다고 해서 퇴근하면서 들렀다. 그가 거금을 들여 지은 어마어마하게 큰 교회다. 사무실에 들러서 그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화장실에 있단다. 볼 일이 있어서 그런 줄 알고 기다려도 오질 않아 무슨 일이 있나 하고 화장실로 갔다. 그는 고무장갑을 끼고 걸레로 청소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가 그날 변소 청소 당번이란다.
우리 집과 그의 집이 같은 동네인데 가는 길목에 골프 연습장이 있어 일주일에 한두 번 들러 공을 쳤다. 하루는 그와 동료 직원이 같이 점심을 먹는데 그는 내가 골프 연습장에 들어가는 걸 봤다며 자기는 돈이 없어서 골프를 못 친다고 비아냥대는 바람에 내가 야비다리 치는 사람 같아 골프를 걷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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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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