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9년 콜로라도 산악 마라톤 완주…2009년에 존재 확인
여성 최초로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한 얼린 파이퍼 스타인이 향년 90세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스타인이 지난 2월 11일 캘리포니아주(州) 캐피톨라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유족은 고인이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다고 전했다.
스타인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것은 28세 때인 1958년이었다.
보디빌더로서 콜로라도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던 남편이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파이크 픽 마라톤'이라는 산악 마라톤 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남편을 도와 체육관에서 일을 했던 스타인은 투창과 원반던지기 선수로도 활약했지만, 4천m가 넘는 산의 중턱에서 출발해 정상까지 왕복하는 힘든 코스를 완주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오르막 코스를 마친 뒤 산 정상에서 기권한 스타인은 설욕을 위해 이듬해인 1959년 대회에 다시 출전했다.
험한 코스 탓에 기록보다는 완주 여부가 중요한 대회지만, 스타인은 9시간16분 만에 피니시라인에 도착했다. 스타인 외에 완주에 성공한 선수는 12명뿐이었다.
스타인은 여성 최초의 마라톤 완주자가 됐지만, 이 사실은 50년간 역사 속에 묻혀있었다.
이 때문에 여성 최초의 마라토너라는 영예는 1966년 보스턴마라톤 대회에 번호표를 달지 않고 출전한 로베르타 깁이나 1967년 보스턴마라톤에 공식 출전한 캐서린 스위처에게 돌아갔다.
스타인은 자신이 여성 최초의 마라토너라는 것도 알지 못한 채 1961년 고향인 캘리포니아로 돌아왔다. 남편과 이혼한 뒤 피트니스 강사와 판매 업무 등을 했지만, 더는 마라톤을 하지 않았다.
스타인이 여성 최초의 마라토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50년이 지난 다음이었다.
파이크 픽 마라톤 주최 측은 2000년대 초반부터 스타인을 찾기 위해 탐정을 고용했다. 그러나 여러 번 이름을 바꾼 스타인을 추적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주최 측은 지역신문에 스타인을 찾는다는 광고와 함께 현상금을 걸었고, 결국 2009년 스타인과 연락이 됐다.
스타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전화로 자신이 마라톤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이라는 사실을 들은 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50년 후 재발견 된 스타인은 사망할 때까지 마라톤계의 존경을 받았다.
자신이 완주한 파이크 픽 마라톤 대회와 관련한 행사에 참여했고, 콜로라도의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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