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자식들 뒷바라지 하러 이민길 먼저 오르신 어머니를 홀로 오랜 세월을 그리며 다 큰 아들놈 퇴근하면 먹이려고 손수 열무김치를 담그셨다. 돌아 서신 등에 나, 너무 외로워 씌어있었다.
넘어지셔서 삔 손목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뼈가 솟은 어머니에게 힘들게 일하고 왔으니 국수 말아달라고 졸랐더니 아픈 손 감추며 부엌턱에 기대어 만들어 주셨다. 돌아서신 등에 나, 많이 아파 씌어있었다.
수없는 고난과 고통의 세월에 내장 다 빼버리고 얼었다 녹았다 자식들을 위해 헌신한 평생의 삶의 값은 얼마였을까. 그 희생의 덕장을 얼마나 수없이 빠져 나오고 싶으셨을까. 나는 왜 아무런 미안함도, 죄책감도 없이 대들기만 했었을까. 자식이란 게 특권이었을까.
어느덧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도 되었다. 나도 내 아버지의 모습처럼 나의 아이들에게 희생과 사랑의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새벽녘, 남이 깰까 봐 조심스레 펼치는 성경책과 웅크리고 조아리는 기도소리가 그립다. 이제는 눈물 안에서만 두 분을 만나뵐 수 있다.
아버지의 날을 맞아 시인 전길자의 시 ‘생애’를 떠올린다.
‘길게 이어진 몇 겹의 고통이/덕장에 걸려있다/내장 다 빼버리고 얼었다 녹아내리기를 반복하지 않고서는/제 값을 받을 수 없다/살얼음 품어야만 제 맛을 내는/빳빳하게 긴장한 삶이어야 깊은 맛 우려내는 생애/한번쯤 덕장을 빠져나가/겨울바람 피하고 싶었을까/한 번쯤 사랑에 녹아/허물어지고 싶었을까/하얗게 쏟아지는 눈발 끌어안고/곧추서서 기다리는/먼 날/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렇듯‘
<
한범성/ 스태튼 아일랜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