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중 매체 문 닫고 의원들도 자격박탈 민주진영 사면초가

폐간 위기에 처한 홍콩의 반중 매체 빈과일보. [로이터]
오는 30일로 보안법 시행 1년을 맞는 홍콩이 숨죽이고 있다. 보안법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중국의 위세에 눌려 홍콩 반중 매체는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2년 전 선거에서 압승한 민주진영은 내달 충성서약에 따른 입법의원(우리의 구의원) 자격 박탈이 현실화하면 와해가 불가피하다. 중국은 내달 1일 공산당 창당 100년을 앞두고 홍콩 주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며 민주화의 남은 불씨마저 짓이기고 있다.
유엔에서 홍콩 문제로 다시 불이 붙었다. 미첼 마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인권이사회 개막 연설에서 “홍콩 보안법으로 107명이 체포되고 57명이 기소됐다”며 “홍콩 내 민주 공간을 위축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류위인(劉玉印) 유엔 주재 중국대표단 대변인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에 체계적이고 법적인 보장을 제공한 보안법을 홍콩에서 시행하는 것은 중국의 권리”라고 반박했다. 이어 “어떤 자유도 무한정이거나 국가 안보를 해쳐서는 안 된다”면서 “홍콩 주민들이 폭력과 혼란에 위협을 받지 않는 건 보안법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류 대변인은 “홍콩은 법이 지배하는 사회”라며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괘씸죄에 걸린 반중 매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홍콩 빈과일보 모회사인 넥스트 디지털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신문 발행 중단을 결정했다. 구체적 날짜는 25일 확정하는데 홍콩 현지 언론은 26일자를 마지막 신문으로 예상하고 있다. 창간 26년 만이다.
빈과일보는 지난해 8월 사주 지미 라이에 이어 지난 17일 편집국장 등 핵심 간부가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특히 1,800만 홍콩달러(약 26억 원)의 자산이 동결되고 은행계좌가 정지돼 손발이 묶인 상태다. 지미 라이의 측근 변호사는 BBC 등 외신에 “돈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며칠 내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맹공을 퍼부었다. 환구시보는 22일 “빈과일보는 홍콩 주민들을 세뇌시키고 폭동을 조장했다”며 “지미 라이는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또 “악명 높은 신문과 작별할 때”라고 촉구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빈과일보 폐간은 언론 자유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원칙에 따라 중국이 선거제를 개편하면서 민주진영은 존폐 기로에 섰다. 내달 충성서약이 시행되면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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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광수 특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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