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울릉도와 독도를 여행 중인 지금, 사람들의 때가 덜 타서인지 화산섬의 기기묘묘한 바위들과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바다를 보면서 더 이상 무분별하게 훼손되지 않기를 바랐다.
섬이 생긴 지 250만 년이 되었다는 말과 바로 연이어서 가이드가 해 준 설명, 울릉도에 섬의 일부를 잘라내고 일부는 매립해서 공항을 건설할 계획이어서 지금 보고 있는 몇 개의 바위들은 앞으로 없어지게 될 거라는 설명을 듣는 순간 걱정이 되었다. 이 아름다운 섬도 개발이란 명분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고래가 가는 곳’이란 책에 의하면 고래 한 마리는 나무 수천 그루만큼이나 자연정화 효과를 가진다고 한다. 즉, 40톤 고래 한 마리는 2톤의 이산화탄소를 머금고 낙하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고래를 ‘부작용 없는 탄소 포집기’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는 고래의 역할과 관계있고 고래가 지구환경보호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고래의 죽음을 통해 수많은 심해 생물이 생존과 번식을 약속받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구 생태계가 얼마나 완벽하게 잘 설계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식물플랑크톤 1퍼센트만 증가해도 20억 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얼마나 이기적인 인간 중심적으로 고착화되어 있는지 생태계를 위한 고래의 아름다운 죽음을 보며 반성해야 한다. 제철이 아닌 과일을 위해 비닐하우스로 재배하고 예쁘고 편리한 포장을 위해 부지불식 중에 넘쳐나는 플라스틱 사용으로 고래와 같은 해양생물들이 죽어간다는 사실, 그 고래고기를 먹고 독성으로 마비가 된 사람이 있다고 하듯이 무분별한 오염들은 그대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인간이 인간의 방식으로 훼손한 자연을 인간의 방식으로 계속 해결하려고 하는 한, 완벽하게 잘 설계된 지구에는 끊임없이 다른 생태계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제는 인간이 지배자로서 보다는 생태계의 일부로서의 겸허함을 갖고 편리와 효율의 대상으로 접근했던 자연에 대해 겸손과 사랑을 갖고 공존하는 길을 택하는 것만이 자연의 분노로부터, 미래 불확실하고도 극단적인 재해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아름다운 섬 울릉도와 독도를 보고 있는 이 순간 더욱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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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샌프란시스코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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