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 때문인지 에세이 마감일이 벌써 지났는데, 글 쓰고 싶은 마음이 영 생기지를 않아 집을 나섰다. 기분전환을 위해 꽃바구니와 추모 예배에 쓸 꽃을 사러 갔다. 꽃집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꽃시장을 가는데, 꽃을 고르며 구경하는 일이 내겐 일종의 놀이다.
훨씬 전부터 꽃 비즈니스도 온라인 마켓이 더 활발하고, 사람들도 비싼 꽃꽂이보다는 그로서리 마켓에서 꽃을 사다 실용적으로 꽂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라 학교에서는 꽃집을 열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했었다. 그 조언이 아니었어도 꽃집을 열어 의무로 꽃을 사서 다듬고, 꽃꽂이를 했다면 아마도 싫증이 나서, 지금 같은 행복은 누리지 못했을 것이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꽃바구니는 생일선물로 준비하는 것인데, 팬데믹 되면서부터 좀 풍성한 선물을 하고 싶어 꽃바구니를 만들고 있다. 선물은 받는 사람이 받아서 기쁜 것도 중요하지만, 선물하는 사람도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받을 사람을 떠올리며, 그 준비하는 과정이 내게도 행복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이킹이 재미있을 때는 선물로 줄 케익을 구우면서 흐믓했고, 재봉을 열심히 할 때는 토트백을 만들어서 선물했다. 천가게를 구경하는 것도 즐거운 과정이었다. 꽃바구니는 비용이 좀 들지만, 의외로 꽃바구니 선물은 처음이라는 사람들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 역시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이 즐거워서 더불어 행복하다.
어제는 스토브 탑 에스프레소 메이커를 새로 사야 해서 월드마켓에 갔었다. 원하는 브랜드를 찾기가 어려워 작기는 하지만 아마존에 주문을 했는데 받고 보니 생각보다 작아 반품을 했다. 월드마켓에 그 브랜드가 몇 개 남아있고, 멤버는 15% 할인을 해준다기에 지인이랑 같이 사러 갔는데 온라인으로 먼저 주문을 하고, 커버 사이드 픽업만 할인이 된다고 한다. 거기 서서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는데 패스워드가 잘못돼 시간이 좀 걸렸다.
그동안 내 지인은 눈동자 무늬가 새겨진 예쁜 토트백을 흰색과 검정색 두 개를 사서 자기랑 나랑 하나씩 나누었다. 할인 받으려고 동행은 안중에도 없이 기다리게 했는데 미안하게도 그 사이 선물을 마련한 것이다. 지인은 나름대로 그 시간 구경을 하면서 즐겼고, 선물하는 행복도 느낀 것이라 여겨 감사하기로 했다.
선물은 뇌물이 아닌 한 받아서 기쁘고, 선물할 수 있어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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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리(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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