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사회운동가, 시급 인상 및 흑인·라틴계 지원 확대 촉구 시위
시카고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의 최고경영자(CEO)가 총기 사고 책임의 화살을 피해자 부모에게 돌렸다가 역풍을 맞았다.
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 켐친스키(53) 맥도날드 사장 겸 CEO는 지난 4월 민주당 소속인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59)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뒤늦게 공개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켐친스키 사장은 해당 문자 메시지에서 지난 3월과 4월 시카고에서 잇따라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은 애덤 톨리도(13)와 재슬린 애덤스(7)를 언급하며 "두 경우 모두 부모가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거다. 말하기 쉽지 않고, 해결은 더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을 밝혔다.
톨리도는 지난 3월 라틴계 다수 거주지 리틀빌리지에서 경찰 추격을 받다 사살됐다. 애덤스는 한 달 후인 4월 흑인 다수 거주지 웨스트사이드의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를 지나던 차 안에 아빠와 함께 타고 있다가 차창을 뚫고 날아온 총에 맞아 8일 만에 숨졌다.
시카고 WEBZ방송은 "켐친스키 사장이 문자를 보낸 시점은 라이트풋 시장이 맥도날드 본사를 방문해 두 사람이 면담한 직후인 4월 19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 사회운동가가 '정보공개법'(FOIA)에 의거해 시 당국에 켐친스키 시장과 라이트풋 시장 간의 문자 내용 공개를 요청해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문자가 일반에 공개되자 라이트풋 시장은 성명을 통해 "피해자 비난은 어느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는다"며 "가족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자녀를 사랑하고 지지를 보내도 참극은 여전히 일어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켐친스키 사장은 "부모 입장에서 사건을 보며 자책한 것이었다"고 해명한 후 "하지만 잘못된 말이었다.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고, 공감과 연민이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맥도날드 직원들과 사회운동가들은 이날 오후 맥도날드 본사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켐친스키 사장의 문자 메시지를 "무지하고 인종차별적이며 용납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비난했다.
시위에 참여한 맥도날드 직원 애드리아나 산체스는 "켐친스키 사장은 저소득층 부모가 처한 환경과 상황을 모른다"면서 "나름 자식에게는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생계를 위해 하루 2~3곳을 돌며 일하느라 아이들을 혼자 둘 수밖에 없는 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또 리틀빌리지 지역주민회 측은 "이들 사고가 부모 책임이라 느낀다면 시급제 직원의 임금을 올리고, 기업 이익금을 흑인·라틴계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환원하라"고 촉구했다.
시위대는 켐친스키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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