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미국 우려 쏟아내며 ‘인파이터’ 공세에
▶ 시진핑, 대등한 대국 강조하는 ‘아웃복싱’ 맞불…베이징올림픽 초청도 안 해…“만남 자체가 의미”

15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이 배석한 가운데 화상으로 미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했다.” (뉴욕타임스)
처음에는 훈풍이 불었다. 지난 15일 저녁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은 화상 연결이라는 제약조건에도 불구, 서로 손을 들고 인사를 나누며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10년 인연’을 맺은 양 정상의 각별한 친분이 꽉 막힌 미중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장 신경전으로 흘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사가 끝나자 “다음번에는 우리가 중국을 여행할 때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맞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22개월간 국내에 머물며 해외순방을 꺼리고 있어 대면 회담이 무산된 것을 꼬집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과거 부통령 시절부터 수년에 걸쳐 서로 이야기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시 주석은 “처음으로 대통령과 동료들을 화상으로 만나서 반갑다. 비록 서로 (직접) 대면할 순 없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며 “오랜 친구를 보게 돼 매우 행복하다”라고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면 회담을 언급한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회담시간은 당초 예상을 넘겼다. ‘원샷’이 아닌 ‘전·후반전’으로 나눠 중간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라톤 대화로 성의를 보였다. 축구경기의 하프타임마냥 15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두 정상은 3시간 14분 동안 회담을 이어 갔다. 중국 국영 CCTV는 “예상보다 30분 더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의 상대 공략법은 눈에 띄게 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규칙’을 앞세워 시 주석을 제 페이스로 끌어당기면서 대만과 인권 문제를 비롯한 미국의 우려사항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인파이터’ 기질을 선보였다. 반면 시 주석은 상호존중과 평화공존, 협력상생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세계 1, 2위 경제대국”, “풍랑을 헤쳐 가는 큰 배” 등 미국과 중국이 대등한 대국관계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꼬치꼬치 맞불을 놓는 대신 슬쩍 피해 가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아웃복싱’으로 맞선 셈이다.
의례적인 대화조차 오가지 않았다. 시 주석이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바이든 대통령을 초대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은 빗나갔다. 미국 측 고위 당국자는 “베이징올림픽 자체가 이번 회담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양 정상의 스타일이 크게 엇갈리면서 첫 정상회담은 주목받을 만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 없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이 북한과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지역 주요 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양국이 여러 분야에서 논의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회담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회담은 광범위하고 심도 있고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실질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회담이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외교적 발언으로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1)시진핑은 교활하고, 능란하고, 똑똑하고, 교묘하고, 인내심이 있고, 추진력이 있고, 권력욕이 있고, 14억 파워가 있다. 하지만 확장성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 2)바이든은 노련하고, 통찰력이 있고, 교묘하고, 인내심이 있고, 추진력이 있고, 오랜 공직을 통하여 국가에 봉사하고자 하는 권력에의 의지가 있고, 미국의 파워를 조율하고자 하고, 우방과 동조하는 외교력이 있다. 확장성이 크다는 말이다. 3)독재성향의 시진핑의 앞길은 바이든이 앞으로 3년간 계속 깔아놓을 지뢰밭을 조심스럽게 가야한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