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어느 날 큰 딸아이가 아주 귀여운 8주된 강아지를 집에 데리고 왔다. 예전부터 강아지를 기르자고 애들이 여러 차례 내게 말했었다. 그러나 나는 애들 셋 기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벅차서 당연히 안 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가족이 되려니 이런 일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강아지를 데려오기 바로 전 날 딸이 내게 강아지 사진들을 보내주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는데 다른 때보다 귀여워서 한참을 쳐다보게 됐었다. ‘귀엽더라’라는 한마디밖에 안 했는데 다음날 딸아이는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코비’라는 이름으로 농구 선수 이름을 따서 지어줘서인지 높이뛰기를 너무 잘 했다. 사람을 좋아하며 반겼다. 그런데 강아지가 아니라 아기가 생긴 것 같았다. 우리 집에 온 코비는 첫날밤엔 엄마를 그리워하는 건지 밤새 목놓아 울었다. 그 마음이 사람과 같은 듯해서 가엾은 생각이 들었다. 3~4일이 지나도 밤엔 어김없이 울음을 그칠 줄을 몰랐고 어느 날은 너무 불쌍해서 내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후엔 내 방 침대 밑에서 재우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나를 엄마로 생각하는지 잘 따른다.
2년 전에 결혼한 딸이 코비를 남겨놓고 가다보니 혼자인 나에게 막둥이가 있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 대화의 상대가 생긴 듯하다. 나는 코비를 보며 말도 하고, 웃을 수도 있고, 외출 후 집에 들어가면 나를 반겨주느라 펄쩍펄쩍 뛰며 반가워하는 코비에게 나는 늘 얘기를 하곤 한다. “코비야 잘 있었어? 엄마 왔어, 뭐 하고 있었어? 밥 먹었어? 어! 응가 했네?...”라고 코비를 보며 말한다. 어느 날은 너무 예뻐서 마치 아기를 안듯 안아주는데 내게 아기처럼 안긴 코비는 ‘나를 왜 이렇게 안아주는 거에요?’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다.
이렇게 8년을 함께 했고 올해 9살이 되는 시니어 코비… 나도 나이 들어가고 코비도 같이 나이 들어가면서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할지 모르지만 내겐 아이들이 떠난 자리를 함께 하는 막둥이 코비가 자리하고 있다. 함께 해줘서 너무 고맙고 건강하게 잘 지내자 코비~!
<이정미(전 빛의나라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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