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문을 닫아 집에 갇혀 있는 두 꼬맹이들을 챙기며 집 식탁 한켠 컴퓨터 앞에 앉아 사무 일을 보는 저에게 이곳 저곳에서 앞으로 있을 행사들이 취소가 됐음을 알리는 이메일들이 날라옵니다. 참으로 마음 아픈 일입니다. 분명한 목적과 필요가 있었기에 행사를 만들고, 또 몇 년 전 혹은 수개월 전부터 그 행사를 준비했을 누군가의 노고와 헌신들이 단 몇 주만에 코로나로 물거품이 됐으니 말입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듯 당장 남편과 제가 준비한 1월 청년 수련회가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반토막이 난 등록자와 우려의 목소리들로 인해 저희도 행사를 취소하고 가을로 연기하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그러자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팬데믹 속에서 언제까지 우리는 포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 언제까지 미루어야만 하는 것일까? 지난 2년 동안 아마도 저만 지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들 지치고 힘들어 있을 텐데 이번에는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한창 꿈을 펼치고 도전해야 할 청년들이 이 코로나라는 큰 벽에 부닥쳐 자칫 그 날개가 꺾일까, 상할까 염려되어 비록 적은 숫자가 모인다 할 지라도 그들과 함께 있어 주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물론 전염성 강한 이 코로나라는 변수를 감당하기 위해 별도의 예산을 더 책정해야 했지만 우선순위가 서니 결정은 어렵지 않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코로나가 제 코앞까지 와서 위협을 주니 지난 2년 동안에는 선명하지 않았던 일의 우선순위도 생기고 결정도 빨라집니다.
그런 저에게 최근 동네 한 빵집이 교훈을 줍니다. 비가 몹시 올 때도 코로나가 갑자기 들이닥쳤을 때도 그 빵집은 늘 아침 6시에 문을 열어 저녁 6시면 문을 닫습니다. 손님이 많이 오면 좋지만 그날 손님이 없어 빵이 남으면 근처 수녀원에 모든 빵을 기증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다시 신선한 빵을 구어 진열대에 가득 채워 넣습니다. 지금도 그 빵집 앞에는 아침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 집 빵을 사러 온 손님들이 문 바깥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기가 일쑤이며 주말에는 일찍 가지 않으면 원하는 빵을 고를 수도 없습니다. 그 빵집은 제 눈에 코로나에 잡히기보다는 잡은 모양새입니다. 저도 그 빵집을 교훈삼아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고 성실하게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앞으로 전진할까 합니다. 잡히기보다는 잡는 방향으로!
<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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