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적폐수사’ 발언에 文대통령 “강력히 분노” 비판하며 전면 등판
▶ 민주, 盧서거까지 거론하며 친문 표심 겨냥…여권 대결집 모색
국힘, 반문정서 자극해 심판론 부각…尹은 원칙론 강조하며 충돌 피해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3·9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0일(한국시간 기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고강도로 공개 비판하면서 막판 대선판이 출렁이고 있다.
그동안 대선 관리 중립성을 내세워 주요 정치이슈에 대해 침묵하던 문 대통령이 현 정부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의 '집권 시 전(前) 정권 적폐수사' 언급에 격노하면서 '이재명 대 윤석열'에 더해 '문재인 대 윤석열'의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여야간 대립각이 한층 첨예해졌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당장 이번 사태가 문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한 친문 지지층을 자극, 여권 대결집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하며 윤 후보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나섰다.
반면 윤 후보 본인은 "제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고 파장 차단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은 현직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대선 정국은 극한 대치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의 도화선은 윤 후보가 전날 중앙일보 인터뷰다.
그는 인터뷰에서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집권시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 정부의 적폐가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단 말인가"라며 윤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라고도 말했다.
현 대통령이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에게 공식 사과 요구와 아울러 '강력한 분노'까지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청와대는 그간 윤 후보의 각종 의혹이 불거질 때도 '선거 개입'을 우려해 일체 관련 논평이나 언급은 자제해 왔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현 정부를 사실상 '적폐 정부'로 규정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 청산을 내걸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을 전면 부정당했다고 보고 강력히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의 발언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상기시킨 것도 이런 반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를 향해 "최소한 민주주의자라면 이런 발언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선거 전략이라면 저열하고, 소신이라면 위험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고 사과하면 깨끗하게 끝날 일이다. 이런 사안으로 대통령을 선거판으로 불러낸 것에 정말 유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여야는 대선 한복판에서 벌어진 현 대통령과 야당 대선후보의 얘기치 못한 충돌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문 대통령의 작심 발언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마음을 주지 못하던 일부 친문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과 아울러 오히려 '반문(反文) 정서'를 자극, 정권교체 여론을 더 부채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어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총공세를 펼치며 대여론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먼저 자당 후보를 직격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후보의 발언 취지를 곡해해 정치보복 프레임을 씌우려 들더니 이제 대통령과 청와대가 가세하는 것인가"라며 "부당한 선거 개입"이라고 규탄했다.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도 잘못한 일이 있다면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론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발끈했다"며 "원칙론에 대해 급발진하면서 야당 후보를 흠집 내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가 2017년 한 인터뷰에서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말한 것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의 해당 발언을 거론하며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윤 후보에 화내기 전에 이재명 후보부터 단속하시죠"라고 적었다.
다만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의 수위 높은 비판에 정면 대응하기보다는 해당 인터뷰 발언은 '법과 원칙에 따른 부패·비리 대응'을 재강조한 것이라면서 다소 '톤 다운'했다.
'성역 없는 수사'가 평소의 일관된 소신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우리 문재인 대통령'으로 호칭하면서 민주당의 '정치보복' 프레임 차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저 윤석열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 우리 문 대통령님과 저와 똑같은 생각이라 할 수 있겠다"며 "저 역시도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대해서는 늘 법과 원칙, 공정한 시스템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 후보가 사실상 '정치 보복' 계획을 선언한 것이라며 대대적 공세를 가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172명 의원 전원이 참여한 규탄 성명을 내는가 하면 청와대 출신 의원 20명은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윤 후보의 발언을 집중 성토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에서 "윤 후보의 보복정치과 배우자의 주가조작이야말로 가장 악질적이고 반드시 청산해야 할 대한민국 제1 적폐다. 정치보복 발언을 철회하고 즉각 사죄하라"며 윤 후보의 대선 후보직 사퇴를 주장했다.
윤 후보가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제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답한 것을 두고는 "동문서답하지 말라"며 공식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인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께서 윤 후보의 발언에 모욕을 당하고 사과를 요구했는데 엉뚱한 말로 대꾸하는 건 조롱일 뿐"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정무실장인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한마디로 공개적인 정치보복 선언이며 역대 대선에서 유례가 없던 초유의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김의겸 의원은 의총에서 "윤석열 후보는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의 사냥개, 아니 망나니, 그것도 술 취한 망나니가 됐다"면서 "문 대통령, 민주개혁 세력을 향해 피비린내 나는 칼춤을 추겠다고 선전포고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후보도 윤 후보 비판에 나섰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지도자의 무능과 사감(私憾)은 국민에겐 죄악"이라며 "검찰 책임자로서 눈을 감았던 적폐가 있다는 의미든, 없는 적폐를 조작하겠다는 뜻이든 모두 심각한 문제이고 국민모독"이라면서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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