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태어나서 첫 만남은 부모님, 그 다음은 형제 자매 등 가족을 만나게 된다. 여러 만남 중에는 이런 혈연적 만남도 있고, 학창시절 사춘기 고민을 함께 나누며 공감대로 형성된 만남, 또 직장에서 상사 동료 후배로 맺어진 만남, 연애 등 애정 관계로 이어진 남녀간의 만남 등 다양한 만남을 통해 우리의 인생이 만들어진다.
얼마 전 대학 선배님과 첫 만남을 가졌다. 전화 한통하고 카톡 대화 몇번 오간 게 전부인데 신기하게도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언니 같은 느낌이었다. 첫 만남에서 오는 어색함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검정 부츠에 검정 레깅스, 캐주얼하면서 세련된 옷차림이었고 조용하고 차분한 말투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짧게 예정되었던 그녀와의 만남은 점심을 함께하며 거의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 선배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마치 독심술을 가진 듯 내 마음을 잘 알아주었다. 일면식 없는 우리가 같은 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맘이 잘 맞아 서로 신기해했다. 남편과 아들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 글과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된 스토리, 나비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 북클럽 이야기 등에 나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빨려들어갔다. 정말 오랜만에 가진 즐거운 만남이었다. 좋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또 만나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만남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얻은 것만큼 기쁜 일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만남이 있는가 하면 돌이켜보면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만남도 있다. 나는 진심으로 대했는데 상대는 진심이 아니었던 그런 뼈아픈 만남, 그냥 스쳐 지나간 만남, 좋았던 관계가 한순간 깨져버린 만남, 용서하며 떠나 보내야 하는 만남도 있었다. 목적이 다른 만남은 상대를 아프게 한다. 목적이 같고 순수한 만남은 가슴을 따스하게 한다.
모든 만남이 다 좋을 순 없지만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만남, 서로가 서로에게 곁이 되어주는 만남이 나이들수록 많아지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의 삶에 찾아오는 괴로움이 조금 더 가벼워지고, 삶의 거친 비바람에서 서로의 결핍을 메우는 존재들이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을테니. 사람들과 쉽게 만날 수 없는 팬데믹시대에 만남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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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산타크루즈 코리안 아트 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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