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당국자 “침공의 시작으로 본다…조만간 추가 제재”
▶ ‘외교 해법’ 더 어려워지나…미러 외무장관회담 장담 못해

조 바이든 대통령[로이터=사진제공]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군대를 파병한 것을 '침공'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결정이 있었던 직후 이번 조치를 강하게 규탄하면서도 '침공(inavasion)'으로 규정하는지에 대해서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면서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아니지만 '침공'으로 언급하기 시작해 앞으로 러시아에 대해 본격적인 제재에 착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양 진영이 정면충돌로 치달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이날 CNN에 출연, 러시아가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분리주의 지역에 군대를 파병한 것에 대해 "우리는 이것을 침공의 시작으로 본다"며 "우리의 반응은 이미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한 백악관의 명확한 입장을 묻는 말이 거듭되자 "침공은 침공이고, 그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이보다 더 어떻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이날 중 백악관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행동은 외교적 해법과는 거리가 먼 것이고 전쟁으로 한층 향하는 길이라고 규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독일의 '노르트 스트림-2' 사업 중단 발표 이후 트윗을 통해 "대통령은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독일과 함께 노르트 스트림-2가 진전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지난밤 독일과 긴밀하게 협의했고, 이 같은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행동을 '침공'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노르트 스트림-2 사업 중단을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사키 대변인 역시 이날 중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발표 방침을 확인했다.
미국 정부는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에 군대를 파병하며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된 직후에는 이를 '침공'으로 규정하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고위 당국자는 사태 발생 직후 기자들에게 "러시아 군대가 돈바스로 파병되는 것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라면서 "러시아군은 지난 8년간 해당 지역에 주둔해 왔다"며 '침공'으로 성격 규정하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 명령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쏙 빠지고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지역에 대한 투자·금융·무역을 금지하는 제한적 제재를 내린 것 역시 이 같은 조심스러운 접근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선 미국 행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나 백악관, 국무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침공' 언급은 아직 없었지만, 백악관에서 기류 변화를 보이고 있는 만큼 러시아에 대한 한층 강도높은 제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맹인 독일과 영국 등에서 사실상 러시아의 행동을 침공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제재에 착수한 것 역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미국은 그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동맹과 긴밀히 협력, 단호하고 혹독한 경제·금융 제재를 내리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별도 연설을 통해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파이너 부보좌관은 이와 관련해 "수시간 내에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 경제 재재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가 전쟁으로 향할 경우 제재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고, 지금 그들이 그렇게 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최종적으로 '침공'으로 규정할 경우 24일 예정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담을 비롯한 외교적 협상 전망 역시 불투명해진다.
미국은 그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으면 24일 양국 외무장관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외교적 문은 열려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한다면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을 걷어찬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인 셈이었다.
이처럼 미국은 외무장관 회담을 시작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열어 놓으며 마지막까지 외교를 통한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아 왔다.
그러나 백악관이 러시아의 침공을 공식화할 경우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의 무게중심은 외교에서 제재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전면적인 군사적 행동단계는 아니라는 점과, 전면적 제재나 물리적 충돌은 미·러 양국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이라는 점에서 제한적 제재 국면 속에서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시도가 뒤따를 개연성이 거론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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