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후보가 방송토론에서 대법관 이름 거론…사상 초유의 일”
▶ “김만배 뿐 아니라 대장동 누구라도 일면식 없어…필요한 자료 제출하겠다”

(서울=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조재연 대법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조 대법관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대장동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그분’으로 지목되면서 관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2022.2.23 [공동취재]
최근 언론 보도로 대장동 녹취록 속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66·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이 2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 대법관은 이날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영학 녹취록' 등장하는 '그분'은 현직 대법관이었다'(한국일보 2월 18일 보도)라는 기사 출력본을 들어 보이면서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현직 대법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 조재연 "대장동 멤버들과 일면식 없다…의혹 해명하는 게 옳다고 생각"
조 대법관은 "정치권에서 논쟁이 되는 대장동 의혹 사건에 관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왜 갑자기 이런 의혹 기사가 보도됐나 하는 의문을 가졌다"며 "저는 대장동 그분의 실체가 규명됐는지, 의혹이 해소됐는지 이런 부분은 모른다"고 했다.
이어 "정치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저는 여전히 대선을 앞둔 엄중한 시기인 만큼 그저 잠자코 있으려고 했다"며,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아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했다"고 회견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조 대법관은 "엊그제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방송 토론에서 한 후보자가 현직 대법관을 직접 거명하면서 '화천대유 관련해서 지금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게 확인이 됐다'며 직접 현직 대법관 성명을 거론했다"면서 "제 기억으로, 일찍이 유례가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김만배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고 일면식도, 통화한 적도 없다"며 "김만배씨뿐만 아니라 대장동 사건에 관련돼있다는 그 누구와도 일면식, 일 통화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성균관대 동문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의심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도 했다.
◇ "친인척 중 대장동 분양받은 사람 없다…명예훼손 법적 조치 검토"
조 대법관은 김씨가 자신의 딸에게 주거지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2016년과 지난해 각각 분가해 서울과 경기도 용인 죽전에 살고 있고, 막내딸은 본인과 함께 거주 중이라고 했다.
그는 "저나 제 가족이나 제 친인척 중에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없다"며 "(녹취록에서 김씨가 제공했다고 말한) 수원에 있는 아파트에도 전혀 거주한 적 없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만 녹취록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보도 내용과 관련한 질문에는 "저는 녹취록을 본 적이 없어서 제 이름이 명백히 기재돼있는지는 모르겠다"며 "녹취록에 '그분'이란 말이 나오는데 그 위에 누군가가 '조재연?'을 가필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조 대법관은 "제 기억에 대장동 사건이 검찰에 접수된 것이 반년 가까이 되는데 그사이에 검찰로부터 단 한 번의 연락, 단 한 번의 문의 조사 요청도 받은 일 없다"며 "검찰이 볼 때 필요하다면 즉시 저를 불러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관은 "주민등록등본 제출 등 필요한 자료 제출은 대법원이든 검찰이든 어느 기관에서든 요청하면 즉시 공개하겠다. 회피할 이유가 없다"라고도 했다. 언론에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현재 대선 시국에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서 여야 간에 공방이 많이 있어 (자신의 실명을 거론한) 대선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서 제가 제 의견을 말하지는 않겠다"면서도 "타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단 말씀만 드리겠다"고 말했다.
◇ 이재명·민주 "그분 = 조재연" 주장…압박 거세지자 기자회견 자청
조 대법관이 대장동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지난해 10월 이미 한 차례 익명으로 언론에 제기됐다가 최근 한국일보가 검찰에 제출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그분'이 현직 대법관이라고 보도해 다시 불거졌다. 조 대법관 딸의 거처를 김씨가 마련해줬다는 의혹 역시 재점화됐다.
공개된 녹취록(2021년 2월 4일 녹음)에서 김씨는 또 다른 대장동 의혹 핵심 관련자이자 녹취 당사자인 정 회계사에게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 아무도 모르지"라고 말한다. 그는 "그래서 그분 따님이 살어. 응? 계속 그렇게 되는 거지. 형이 사는 걸로 하고"라고도 했다.
조 대법관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했다.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대법관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당시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결론 내려진 시기에 대법관 중 영향력이 큰 법원행정처장이었으니 대장동 의혹과 관련이 있지 않겠냐는 게 의혹의 근거다.
검찰은 조 대법관 관련 녹취록 내용에 실체가 없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다시 떠오르면서 대장동 의혹 수사 초반부터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그분'이라는 의혹을 받아온 이재명 후보는 21일 TV토론에서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게 지금 확인이 돼 보도되고 있다"며 본인의 결백을 주장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원행정처와 조재연 대법관은 국민 앞에 공식적 입장을 명백히 밝혀주길 바란다"며 조 대법관을 압박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