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웨딩코사지를 만든 엄마 덕분에 나는 꽃 속에서 자랐다. 엄마 옆에서 늘 꽃을 가까이하며 지냈지만, 이상하게도 내 집의 정원 가꾸기는 ‘내 일’로 만들지 못한다. 헤르만 헤세는 책을 읽다가 머리가 아프면 정원 가꾸기를 하면서 쉼을 얻었다는데 나는 그저 잘 가꾸어놓은 정원으로 책을 가지고 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던 중에 ‘정원 가꾸기’에 흠뻑 젖어있는 꽤 실력 있는 정원사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를 만났다. 헤세는 10년 전 세상을 떠난 가정부이자 동료였던 나탈리나에게서 정원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완전히 죽어버린 나뭇가지나 나무둥치도 다시 싹을 틔우게 만드는 특별한 기술이 있었다. 헤세는 그 한 뼘의 땅에서 물푸레나무, 붓꽃, 장미, 양귀비, 수레국화, 살갈퀴꽃, 선옹초, 메꽃, 백일홍, 금작화 50여 그루의 꽃과 나무와 친구를 하며 책임졌다. 헤세는 헐벗은 한 뼘 땅을 자기 생각과 의지대로 가꾸고, 갖가지 색채가 넘쳐흐르는 천국의 정원으로 만들었다.
헤세는 백 년 전에 이미 황폐해진 지구의 모습을 걱정했다. 문명 뒤에 남겨진 온갖 쓰레기들로 가득 찰 지구를 보면서 인간이 욕망에 대한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을 직시했다. 다가올 시대는 무수한 동식물이 멸종하고 도시와 시골의 아름다움과 쾌적함이 사라지고 공장에서 뿜어내는 악취로 지구는 오염되고 죽어갈 것이라고. 그런 예견 때문에 한 뼘의 정원에서 한 송이의 꽃을 피우려고 그렇게 수고했던 것일까. 헤세는 땅의 괴력, 자연의 재치, 상상력, 인간의 삶을 연상시키는 삶이 식물들 속에 있다고 말한다. 겨울을 견뎌내듯 시련을 견디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매일 산책하는 길에 꽃피는 아몬드 나무가 우아한 자태를 드러냈다. 긴긴 겨울을 이겨내고 초봄에 얼굴을 드러내는 아몬드 나무는 매년 보는 우리 동네의 명물이지만 볼 때마다 눈부신 아름다움에 감탄을 자아낸다. 누군가의 성실한 보살핌이 없었다면 누릴 수 없는 것이리라. 아몬드 나무는 수분작용을 담당하는 꿀벌 없이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한다. 꿀벌들은 아몬드를 통해 한 해 동안 수많은 농작물을 수분할 영양분을 얻는다. 달콤한 향내가 가득 풍기는 꽃길을 걸으며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꿀벌과 아몬드 나무의 공생관계를 생각한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그러했으면 좋겠다.
<김미혜(한울 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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