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6시부터 시작된 경기도 내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투표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투표는 확진·격리자도 일반 유권자처럼 투표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을 수 있게 되면서 사전투표 때와 같은 혼란은 거의 없었다.

지난 5일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당시에는 유권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선거사무원이 받아 상자나 비닐봉지 등에 넣어 투표함으로 옮기면서 곳곳에서 항의와 반발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께 경기 성남시 분당동행정복지센터에는 정시에 맞춰 자가격리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전신 방호복과 페이셜 가드를 갖춘 선거사무원들은 일반 유권자와 동선 분리를 위해 오후 5시 20분께부터 투표소 건물 앞에서 유권자들의 확진 여부를 확인했다.

이날 투표는 일반 유권자들과 마찬가지로 3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다만 동선 분리를 위해 확진 여부를 밝힌 유권자들은 사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야외 계단을 이용해 투표장으로 들어갔다.

확진 유권자들은 투표장 입구에서 확진 확인 문자를 사무원에게 보여준 뒤 안에 들어가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쳤다.

이어 투표한 뒤 같은 동선으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비슷한 시각 수원시 광교1동 제10투표소인 광교초등학교에도 전신방호복에 고글, 장갑, 장화를 착용한 투표사무원 3명이 학교 건물 입구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대기 장소'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섰다.

이어 확진·격리자들이 도착해 푯말 앞으로 다가오자 보건소로부터 받은 외출 허가 문자를 확인한 뒤 2층에 마련된 투표소로 안내했다.

앞서 낮 한때 이 투표소에는 유권자들이 몰려 건물 밖 10여ｍ까지 대기 줄이 생기면서 투표하는 데 30분 이상 걸렸지만, 확진·격리자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지체 없이 투표가 진행됐다.

한 투표사무원은 "방역장비를 철저히 갖췄기 때문에 확진·격리자를 상대로 안내하는 게 꺼려지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다"며 "코로나로 인해 불편을 겪는 와중에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온 분들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용인 수지구 수지초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도 오후 6시에 미리 현장에 와있던 코로나19 확진자 10여명이 일반 투표자들과 떨어진 공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투표 시간이 되자 투표장으로 입장했다.

약 1시간 동안 격리자 1명을 포함해 25명이 이곳에서 투표를 마쳤다.

화성 봉담읍에 마련된 또 다른 투표소에서도 1시간 만에 확진자 24명이 질서정연하게 투표를 마쳤다.

수원시 권선구 능실초 제6투표소에서는 오후 6시 50분께 일시 정전이 발생해 확진·격리 유권자 일부가 투표하지 못하고 잠시 대기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전은 이내 복구돼 이후부터는 투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제7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한 40대 확진자는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망설임 없이 나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