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역도 한층 강화…일부 지역서 대기 지연·방역 구멍
나흘 전과 같은 '아수라장'은 없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일인 9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서울 투표소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대상 투표가 이뤄졌다.
이달 5일 사전투표 때와 달리 비확진자 투표가 끝난 뒤 확진자 투표가 이뤄져 장시간 대기하는 일도 없었고, 확진자들도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라 항의 소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흘 전 난리 통이 벌어졌던 탓에 이날은 일찌감치 투표소마다 확진자 투표를 위한 동선 분리와 방역 준비로 분주했다.
종로구 교남동주민센터에서는 오후 3시 30분께부터 관리원들이 확진자 투표 관련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 자가격리자는 계단을, 확진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해 좌우로 동선을 구분하고 안내문을 부착했다.
강남구 삼성2문화센터 제1투표소에서도 오후 4시 30분께 비확진자 방문이 현저하게 줄어들자 사무원이 자가격리자와 확진자 대기 줄을 나누기 시작했다. 사무원들은 일제히 흰 방호복을 착용하고 페이스 실드와 위생장갑도 꼼꼼히 챙겼다.
동대문세무서 투표소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대리로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게 아니라 확진자도 직접 넣는다. 본인확인신청서도 안 써도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른 투표소 관계자들도 새 매뉴얼을 숙지하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였다.
오후 5시 40분이 되자 투표소마다 확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들에게 오후 5시 50분부터 외출하도록 안내했지만, 적지 않은 투표소에서 5시 50분께 이미 대기자가 10명 안팎으로 늘어났다.
이에 투표소 관계자들은 5시 30분께부터 투표하러 온 사람들에게 일일이 확진 여부를 확인했다. 또 번호표를 배부해 별도의 장소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화장실 사용 금지 등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참관인들은 각종 방호 장비로 감염 차단에 나섰다. 사전투표 때는 서초구의 한 투표소에서 방호복이 없었던 참관인들이 감염 우려를 들어 참관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구 광희동주민센터 투표소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아비규환이었는데 이번에는 확진자가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으니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나흘 전과 같은 사태는 없었지만 이날도 일부에서 작은 혼선이 빚어지거나 방역에 구멍이 발생하기는 했다.
마포구 용강동주민센터는 투표소가 2곳이라 미리 동선을 분리했음에도 격리자와 확진자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아 우왕좌왕했다.
명지대학교 투표소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자가격리자들이 확진자들과 같이 사는 사람들이라 동선 구분이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서구에 사는 A씨는 자가검진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후 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비확진자 투표 시간에 투표했는데, 직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A씨는 "증상이 거의 없어 전파 확률은 낮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다"고 했지만 자가검진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은 구분된 곳에서 투표하라는 안내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관악구 대학동 인근에서는 일부 확진자가 투표 후 집으로 곧장 돌아가지 않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양천구 한 투표소에 온 참관인은 "방호복을 입었지만 확진자를 이렇게 가까이서 만나는 건 처음이라 불안하기는 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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