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애벗 주지사 조사 명령 법정 소송까지
▶ “의료계가 인정한 임상 치료도 처벌” 비판
지난달 31일은 2009년부터 시작된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可視化)의 날’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을 맞아 여권에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제3의 성 ‘X’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포용을 추진하는 동시에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성명까지 냈다.
이처럼 미국은 성소수자(LGBTQ)의 권리가 어느 나라보다 많이 보장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소수자를 겨냥한 역공이 거세지고 있다. 트랜스젠더 여학생의 스포츠 경기 참여 금지, 학교 내 성소수자 관련 도서 외설 규정에 이어 트랜스젠더 자녀의 성전환 치료가 아동학대라는 공식 조사 명령으로 논란이 커진 텍사스주(州)가 대표적이다.
공화당의 텃밭인 남부 최대 주 텍사스의 그렉 애벗 주지사는 지난 2월23일 트랜스젠더 아동의 부모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호르몬요법과 성전환 절차에 해당하는 의료행위가 아동학대’라는 게 텍사스 주정부 입장이다.
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애벗 주지사의 명령으로 텍사스주 가족보호서비스부가 조사에 돌입하면서 조사관들은 트랜스젠더 사건에 우선순위를 두라는 지시까지 받았다. AP통신은 “트랜스젠더 가정 부모 사건은 아동 사망 조사와 같은 (수준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조사관 발언도 전했다.
이 같은 낙인 찍기가 시작되자 미국 최대 규모 어린이병원인 텍사스아동병원이 트랜스젠더 아동을 위한 성별 긍정 진료 제공을 중단하는 등 트랜스젠더 가족에게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애벗 주지사의 명령은 트랜스젠더 아동이 있는 가정에 대한 지역사회의 감시까지 장려한다고 WP는 지적했다. 이에 한 가족이 텍사스 지방법원에 조사 중지 소송을 냈고 재판부가 가처분 명령을 내리면서 일단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WP는 “텍사스주의 조사는 단순히 학교 관계자의 업무나 의료전문가의 관행을 침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녀를 양육할 부모의 권위를 부인한다”며 “이 명령에 따르면 임상적으로 안전한 성별 긍정 치료를 제공하라는 미국소아과학회의 조언을 따르는 부모들은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것이고 이 때문에 부모와 의사는 조사, 기소,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국제질병분류표에서 트랜스젠더를 제외했다. WP는 미국소아과학회 등 의료계가 성불안증이 있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성별을 긍정하는 치료를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대법원도 부모들이 자녀들의 양육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상 이익으로 보호해왔다.
그러나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텍사스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며 조사를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텍사스가 주도하는 성소수자와의 싸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미국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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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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