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의 노인들을 대하다 보면 온갖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이 젊었을 시절엔 어떤 모습이었을까. 얼굴표정을 보면 다양한 삶의 흔적이 엿보이고,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걸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가까운 시간에 내가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오싹해지는 걸 경험한다. 대학교육을 받은 그들의 자녀들이 미국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아 한 역할을 하고 있건만, 그건 이미 기억 저 너머에 있는 빛바랜 조각일 뿐이다. 장년기에 사업을 했던 분들의 경우 조금의 영어가 가능하지만, 대개 80대로 들어선 분들은 청력과 언어표현력이 떨어져서 마치 조개껍질 안으로 몸과 마음이 숨어들어가는 것처럼 왜소하다.
병원 방문을 도와 서너분을 한꺼번에 모시고 가는 날은 의료진찰기록 챙기랴, 손잡아 드리랴, 화장실 안내하고 손 씻는 것 살펴드리랴, 엉뚱한 말씀하시는 것 대답해드리랴 내 정신도 혼쭐이 난다. 시간단축을 위해 모두 한꺼번에 진료실에 들어가 줄지어 의사를 면담하고 나와서, 피검사 소변검사를 위해 다시 이동, 그러는 와중에 똑같은 질문을 계속하는 할머니는 너무 불쌍한 모습이라 눈물이 날 지경이다.
본인이 90이 넘었는데 아직 자기 어머니를 살펴야 한다며 계속 집에 데려다 달라 요청하는 할머니. 그분이 어찌된 영문인지 어깨 부분이 탈골되어 갑작스럽게 병원을 가야 할 상황이 생겼는데, 아픔을 이기지 못해 울기만 하는 모습이 안쓰러운 차에 그 할머니 손에 자랐다는 손자가 병원으로 달려와 눈물을 쏟는 모습은 또 어찌하랴. 늘상 바닥을 손으로 닦는 게 일상인 그 할머니가 치매로 새벽녘 일어나셔서 이웃집 문을 두드리며 소란을 피우는 걸 감당하기 어려워 하는 수 없이 양로원에 모신 며느리는 며느리대로 그냥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다. 일을 그만두고서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이 불가해 결국 다시 양로원으로 모시는데, 이런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는 나도 눈가를 적신다.
의학개발로 사실상 수명이 연장된 건 틀림없지만 내 삶을 자연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건강해야 나이 들어서도 대접받을 수 있다는 말도 있거니와, 자식 낳아 20년가량 키웠다는 명목으로 내 노후 나이 3, 40년을 책임지라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자식들 인생은 그들의 몫으로 두고, 스스로 노년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려는 내 마음이 요즘 분주하다.
<스테이시 김(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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