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대표 사임 예정, 파티 게이트 이어 거짓 해명 파문
▶ 줄사퇴로 국정 마비되자 ‘백기’… 3년만에 불명예 퇴진할 듯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7일 런던 다우닝가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당 당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부적절 인사’와 ‘거짓 해명’으로 궁지에 몰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결국 사퇴를 발표했다. 정치권 안팎의 거센 퇴진 요구를 물리치며 버티기를 시도했지만, 50명 넘는 내각 구성원과 참모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무릎을 꿇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ㆍ브렉시트) 완수를 선포하며 2019년 7월 총리직에 오른 지 3년 만이다.
7일(현지시간·한국시간 7일 오후) 영국 BBC방송은 존슨 총리가 런던 다우닝가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당 당대표직 사퇴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영국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당대표 사퇴가 총리 퇴진 수순이라는 의미다. 그는 새 총리 인선 절차를 명분으로 올해 가을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존슨 총리는 “새로운 당대표, 즉 총리가 필요하다는 보수당의 의지가 명확해 보인다”며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지금 시작돼야 한다는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의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후임 당대표를 선출할 때까지 과도정부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과 측근들은 “더 이상 믿고 함께 일할 수 없다”며 줄사표를 던졌다. 5일 내각 ‘쌍두마차’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과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사임 의사를 처음 밝힌 뒤 7일까지 장관 27명을 비롯해 50여 명이 옷을 벗었다. “현대 영국 정치에서 볼 수 없던 규모의 사임(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었다.
존슨 총리는 즉시 후임 인사를 단행해 정국을 수습하려 했으나, 새 인물을 찾는 속도보다 사퇴 선언이 쏟아지는 속도가 더 빨라 국정이 사실상 마비됐다. 여야와 언론은 그의 퇴진을 더 강하게 요구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어긴 이른바 ‘파티 게이트’로 지난달 당내 신임투표에 회부돼 59%의 득표율로 자리를 보전했다. 한 번 재신임을 받으면 12개월 동안 재투표가 불가능하다는 게 보수당 규정이라 내년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보수당엔 “규정을 바꿔서라도 존슨 총리를 쫓아내자”는 여론이 들끓었다.
측근들이 더 굴욕을 당하기 전에 ‘품격 있는 퇴장’을 하라고 조언했지만, 존슨 총리는 완강했다. 6일 그의 퇴진을 놓고 벌어진 의회 토론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총리가 할 일은 부여받은 막중한 권한을 계속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습엔 역부족이었다. 자진 사퇴한 나딤 자하위 교육장관의 후임으로 존슨 총리가 임명한 미셸 도넬런 장관마저 48시간도 채우지 못한 채 사퇴 대열에 합류하는 등 내각 붕괴 신호가 켜졌다. 존슨 총리는 결국 존슨호(號)의 키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 실정이 아닌 도덕성 논란으로 총리가 퇴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7일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과 거취를 논의한 뒤 사임 요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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