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가문 선량한 지도자 묘사, 평화 시위 시민들은 무법자 매도
36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은 마르코스 가문이 과거 독재 시절을 미화하고 나섰다. 민주인사 탄압 등으로 악명 높던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가 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불과 34일 만의 일이다.
역사 왜곡의 선봉에는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여동생인 이미 마르코스 상원의원이 서 있다. 그는 자신들을 미국 하와이로 쫓아낸 1986년 ‘피플파워’ 민주화 운동을 철저히 가문의 관점에서 묘사한 영화를 기획·제작해 개봉했다. 당연히 영화에선 민주화를 요구했던 시민들은 ‘폭도’로, 자신들은 ‘선량한 지도자’로 등장한다.
18일 필리핀스타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이미 상원의원이 제작한 ‘말라카낭의 가정부(Maid in Malacanang)’라는 제목의 영화는 지난 3일 필리핀 전역에 개봉됐다. 말라카낭은 필리핀 대통령궁의 현지 이름이다. 영화는 피플파워 운동 발생 이후 마르코스 가문이 하와이로 추방되기 직전까지인 사흘 동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르코스 가문의 입김이 들어간 영화다 보니 화면 곳곳에는 왜곡된 역사가 넘쳐난다. 우선 국가재산으로 구두와 보석을 사들인 것으로 유명한 ‘사치의 여왕’ 이멜다 마르코스 여사(현 대통령의 모친)는 가정부들을 살뜰히 챙기는 인간적인 ‘퍼스트레이디’로 묘사된다.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그저 국민들을 챙기는 것밖에 모르는 선군(善君)이며, 아들인 현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가족을 지키려는 정의로운 청년으로 표현됐다.
반면 독재 타도를 외치며 평화 시위를 벌였던 시민들은 ‘무법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그려졌다. 이들은 영화에서 말라카낭궁의 그림과 집기를 불태우는 소수의 폭도였을 뿐이었다. 심지어 피플파워 운동을 이끈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은 도박꾼으로 나왔다. 그는 시민들의 봉기가 한창일 때 수녀들과 여유롭게 마작을 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한편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여동생이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는 이유로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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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DNA는 어쩔수없는것 트 도 트 를 지지 두둔하는이들 모두 같은종류의 염치없는 DNA 라 생각이드는군요.
한국도 독재세력 후손들이 다시 정권을 잡았으니 같은 패턴으로 가겠지. 윤도리가 내세운 경찰국장이 " 탁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홍승상이 민주 영웅이란다, ㅉㅉ
대한민국 국민들이 개념있고 똑똑하지
한국이나 필리핀이나 국민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뽑았으니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