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과학 분야 톱10 중 7개가 시진핑 또는 중국공산당 서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어록과 연설문을 모아 놓은 서적들이 중국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었다. 관가를 동원한 ‘강매’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다. 중국 정부의 내국인 사상 통제 시도가 국민들의 독서 취향까지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일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닷컴이 발표한 5월 말~6월 초 사회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 시 주석의 저작을 선별해 놓은 ‘시진핑저작선독(習近平著作選讀)’ 1·2권이 1위와 2위에 각각 올랐다. 이어 ‘중국공산당헌법’과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보고문이 3위와 4위를 각각 차지했다. 5위와 6위도 시 주석의 연설·담화문을 모아 놓은 ‘시진핑담치국리정(習近平談治國理政·시진핑이 치국을 말하다), 시 주석 사상집인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요강’이었다. 시 주석 인물 연구론 격인 ‘시진핑 조사논의 요약’도 9위에 올랐다.
“공금으로 구매하고 무료 배포”
결국 7위를 차지한 중국 유명 작가 수필 모음집 ‘세상에 이렇게 애착을 가져본 적이 없다’ 등 2권을 제외하면, 베스트셀러 10권 중 7권이 시 주석 또는 중국공산당과 관련된 서적인 셈이다.
이러한 통계로만 보자면, 중국인들이 시 주석 사상을 ‘열공’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난징시의 한 대학교 사서인 왕모씨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매달 시 주석 연설을 다룬 정치 서적을 대량으로 사야만 했다”고 밝혔다. “공금으로 서적을 구매했고, 학교 고위 관계자들은 사들인 책을 주변에 무료로 나눴다”는 게 왕씨의 설명이다. 각급 교육기관이 나랏돈으로 책을 대량 구매한 결과, 시 주석 관련 서적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얘기다.
저장성 출신 사회학자 장이는 “행정명령을 통해 일괄적으로 책을 주문한 뒤 정부 예산으로 책값을 지불하는 등 사실상 서적을 강매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 부수는 많지만 실제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공산당도 당원들에게 ‘시진핑저작선독’을 읽고 학습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중국 수도 베이징의 주요 대형 서점을 둘러보면, 모든 서점 입구 쪽에 ‘시진핑저작선독’ 같은 시 주석 관련 서적이 비치된 별도의 매대가 마련돼 있다. 좋든 싫든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시 주석과 관련한 책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 당국이 구독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독서를 도구 삼아 사상을 통제하려는 시도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국의 한 반체제 인사는 대만 자유시보에 “마오쩌둥 시집을 읽어야만 했던 문화대혁명(1966~1976년) 때와 다르지 않다”면서 “독서가 아니라 정치적 선전·선동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펑총이 호주 시드니대 교수는 “개혁·개방 시기에 개선됐던 중국 출판 산업이 독점 체제로 변모하고 있다”며 “시진핑 서적 판매 시스템은 중국공산당과 학계·출판계는 물론, 일반적인 중국인들의 지능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