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등하교 1학년생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 해온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TKM)’의 금서지정 움직임이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지가 3년전 머킬티오의 두 학교 교사들 간에 벌어졌던 찬반논쟁을 특집기사로 보도했다.
카미악 고교의 흑인 영어교사인 샨타 프리먼-밀러는 5년전 흑인학생들로부터 TKM을 읽으면 마음이 상처받아 싫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이 소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동료 백인교사 3명과 함께 학생들에게 TKM을 가르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포스트지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1~2022년 주로 성소수자들에 관한 책들의 금서지정 캠페인이 전국의 보수지역에서 봇물을 이뤘다며 진보지역인 워싱턴주 머킬티오에서, 그것도 교사들 중심으로, TKM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난 것은 20여년만에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카미악 고교에서 불과 3만일 거리인 같은 머킬티오 교육구 산하의 매리너 고교에선 일부 교사들이 프리먼-밀러 등 ‘카미악의 4인방’이 책의 검열을 획책하는 금서꾼들이라고 비난하고 “어떤 이유이든 학생들의 손에서 책을 빼앗는 것은 부당하다”며 강하게 맞섰다.
프리먼-밀러는 2020년 동료교사 레이첼 존슨과 함께 영어교육과 공동학과장으로 선출되자 교장에게 TKM을 교과과목에서 영구히 제외시키도록 캠페인을 벌이겠다며 우선 교장 재량으로 영어교사들이 학생들에게 TKM을 가르치지 않을 수 있는 선택권을 달라고 요청했다.
교육구는 이 문제가 교육자료위원회의 결정사안이라고 밝히고 2021년 12월2일 온라인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통보했다. 결국 학생들은 제외되고 교사들만 발언한 이 청문회에서 카미악 교사들은 “백인작가가 흑인을 기백 없는 2류 시민으로 묘사한 소설을 흑인학생들이 꼭 읽어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고, 매리너 고교 측 교사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소설이 현실적으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맞섰다.
위원회 투표결과 TKM을 9학년 필독도서 목록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에 63%가 찬성했지만 68%는 이 소설을 승인된 도서목록에는 유지하자는 방안에 찬성했다. 교사들이 필수적으로 가르칠 필요는 없지만 재량에 따라 가르칠 수도 있다는 어정쩡한 결론이었다.
백인작가 하퍼 리가 1960년 발표한 TKM은 백인여성 강간누명을 쓰고 사형당할 처지에 놓인 흑인청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외톨이 백인변호사의 얘기를 그렸다. 결국 처형당한 흑인청년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소리흉내 새’(앵무새가 아님)로 묘사됐다.
이 소설은 2009년, 2011년, 2017년, 2020년 전국적으로 금서지정 캠페인 목록에 가장 많이 오른 10대 서적 중 하나지만 뉴욕타임스 독자들이 지난 125년간 가장 훌륭한 책으로 선정한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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