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날이 10월 1일로 정해져 첫 기념식이 열린 건 1956년이다. 전엔 육해공군이 각각 다른 기념일을 챙겼다. 육군은 46년 1월 15일 조선국방경비대가 창설된 날을 기념하다 50년 10월 2일 유엔이 육군의 38선 돌파를 승인한 날로 바꿨다. 해군은 45년 11월 11일 해방병단 창설일, 공군은 49년 10월 1일 육군에서 분리된 날을 기념했다. 그러다 육군 제3보병사단이 38선을 넘어 진격한 게 10월 1일이란 게 새로 확인되자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이를 국군의날로 통합했다.
국군의날이 모든 국민들이 쉬는 공휴일이 된 건 76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 출신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군의날이 다시 공휴일에서 제외된 건 91년이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10월은 추석과 겹칠 때가 많고 다른 공휴일도 있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재계 목소리를 수용, 국군의날을 한글날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정부가 올해 국군의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장병들의 자긍심을 고취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요청에 군 사기와 소비 진작, 기업 부담 등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개천절과 월수금 휴가를 내 9일간 쉬는 것도 가능하다. 놀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으니 반응도 뜨겁다.
그러나 30여 년간 빨간날이 아니었던 국군의날을 갑자기 임시공휴일로 추진하는 건 시대를 거스르는 느낌이다. 5년에 한 번 정도였던 국군의날 시가 행진이 2년 연속 열리는 것도 이례적이다. 올해는 건군 76주년으로, 딱히 꺾어지는 해도 아니다. 군 사기가 추락한 게 국군의날이 공휴일이 아니어서인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이 군 명예를 떨어뜨린 게 더 크다. 군 정보사의 블랙요원 신상 유출과 지휘부 고소전도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공휴일이 늘면 내수 소비보다 해외 여행만 부추길 수도 있다. 공휴일을 추가한다면 국경일인 제헌절이 먼저다. 국군의날을 한국광복군 창설일(40년 9월 17일)로 바꾸면 의미가 더 커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국군의날을 공휴일로 정하기 전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해 보인다.
<박일근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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