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면 일단은 주의하고 그 원인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배변 후 피가 보이거나 화장지에 피가 묻어 나오는 경우 먼저 치질이 있는지를 검사하는데 외치질인 경우에는 항문 밖에서 보이거나 만져지지만 내치질인 경우는 만져지지 않고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발견하기 어렵다.
치질이 없는데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오거나 검은 변이 나오는 경우는 반드시 정밀 검사를 통해서 출혈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40대 중반의 독신 여성 K 모 씨는 대형 백화점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평소에 위장 장애로 고생하던 K 씨는 1주일 전부터 피곤하고 현기증을 느꼈다. 이틀 전부터는 계단을 올라갈 때 숨이 차서 중간에 한번은 난간을 잡고 쉬어야 했다. 평소에 직장에서 일 중독으로 평가받고 있던 K 씨는 직장 동료들로부터 너무 창백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을 찾아왔다.
K 씨와 면담을 통해서 K 씨가 평소에 위궤양을 앓아왔고 이 때문에 자주 속이 쓰린 증상에 시달렸고 최근에는 속이 쓰린 정도가 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대변 색깔이 검은색으로 변했고 냄새가 심했다고 했다. 몇 주 전에 직장 동료가 외국 여행에서 사온 차를 선물받아 최근에 계속 마셨다고 한다.
K 씨는 검진상 혈압은 수축기 100mmHg, 이완기 60mm Hg이었고, 맥박은 분당 105회로 조금 빠른 편이었다. 안구가 창백해 보였고 심장 청진상 맥박이 빠르고 심 잡음이 들렸다. 혈액 검사상 혈색소치가 7.0g/dL(정상 여성은 12.0g/dL 이상)로 빈혈이 아주 심했다.
K 씨는 상부 소화기 출혈로 진단받고 일단 병원에 입원했다. 응급 수혈 치료를 받고 나서 내시경 검사상 출혈성 위궤양 진단을 받았고 지혈 치료를 받았다. K 씨의 대변 색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어지럽고 숨찬 증상은 사라졌다.
장관계에서 출혈하는 경우는 혈변(대변에 붉은 피가 섞여 나오는 것)과 흑변(변이 검게 나오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십이지장을 기준으로 상부(주로 위와 십이지장 상부)에서 출혈을 하게 되면 혈액이 대변으로 섞여 나오는데 배변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적혈구가 산화되어서 변이 검게 보이는 흑변이 되고, 십이지장 하부에서 출혈하게 되면 붉은 혈변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출혈양이 많은 경우 출혈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상부 위장관에서 피가 나더라고 혈변을 볼 수 있고, 대장암과 같이 출혈 속도가 느린 경우에는 하부 위장관에서 출혈을 하더라고 대변 색이 검다.
일단 대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면 치질과 같은 양성 질환도 있지만 위암이나 대장암, 궤양성 위장관계 질환 등과 같은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이영직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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