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때 지나
노부부가 곰탕집으로 들어선다
할아버지가
햇살 드는 창가 쪽 테이블로 가더니
의자를 빼주자 할머니가 당연하다는 듯 앉는다
김이 모락거리는 곰탕이 나오고
할아버지는 곰탕을 뜨면서도 연신 할머니를 바라본다
먼저 수저를 놓은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곰탕 뚝배기를 두 손으로 기울이자
이번에도 당연하다는 듯 할머니는 마지막 국물까지 퍼 드신다
할아버지가 평생 받아온 기울임을
이제는 되돌려 주는 모양이다
곰탕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노부부가 한 사람처럼 곰탕집을 나간다
사람 人 자가 보인다
‘人’ 김길중
뭐 한결같은 순애보일 수도 있지만 시인의 생각에 한 표 얹는다. 늘 차려 주는 밥상을 받았을 것이다. 늘 빼주는 의자에 앉았을 것이다. 한세상 헤집고 다니다 돌아와 보니 당연한 보살핌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았을 것이다. 뚝배기가 저리도 훌륭한 관계의 저울이 될 줄은 몰랐다. 한평생 걸려서 배운 에티켓이 보기 좋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죽을 때까지 배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인 반칠환]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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