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A에서 불법 체류자 검거가 본격화하자 그 주요 대상인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이에 항의하는 불법시위를 넘어 난동을 부리고 또 일부 시위자의 일탈로 방화 약탈이 벌어지고 방위군이 투입되는 등 사태가 악화되는 소동이 있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이 1992년 소위 4.29 폭동 당시의 한인들이 결성했던 자경단이 건물 옥상에서 총을 들고 있는 장면을 SNS에 올리면서 그러한 자경단의 출현을 바란다는 식의 글을 올렸다.
4.29 폭동 사건이란 참으로 오랜 이야기이다. 잠시 회상해 본다.
로드니 킹이란 흑인계 청년이 신호 위반으로 정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과속으로 도망을 갔고 백인 경찰들이 추격하여 정차를 시키고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당시 경찰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뺑소니를 치는 등 문제의 차에는 혹시 불법 총기나 마약이 있나 하며 검문하는 것이 상례이었다. 그런데 도망가던 로드 킹이 차에서 버티고 안 내리자 매질을 하며 차에서 끄집어 내리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찍혀서 인권 운운 하면서 이것이 TV로 방영되고 그래서 4명의 경찰이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무죄로 판결이 나자 흑인들이 인종 차별이다 하며 폭동이 일어난 사건이었다.
우리 한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흑인 동네에서 술가게, 또는 동네 구멍가게를 운영하면서 장사를 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 나아가 소위 첵 캐싱(check cashing)이라고, 정부 지원금, 식품 교환권(food stamp)을 현금으로 비싼 수수료를 받고 바뀌어 주는 등으로 주위 흑인들이 가난한 자기들을 착취한다는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바로 일 년 전에 두순자라는 분이 정당방위이었다 하더라도 자기 리쿼 스토어 안에서 흑인 여성을 강도로 생각되어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도 있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그 폭동의 거리가 바로 그런 한인들의 점포들이 늘어선 곳이었다. 그 말은 바로 방화 약탈이 한인 상점들이 대상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경찰은 할리우드 등 잘 사는 백인 동네를 지킨다며 그곳에 경찰을 집중 배치하고 있었고 한인들의 밀집 상가는 무방비 상태이었다. 그러니 한인들의 가게는 전부라고 할 만큼 대부분이 약탈당하고 방화되었다. 그래서 그 상점 주인들이 자경단이란 이름으로 결집하여 약탈방화 저지를 위해서 모였던 것이었다.
이곳 워싱턴도 1977년 7월 더운 여름에 2일간의 뉴욕 정전사건으로 뉴욕에서 방화약탈이 대단하였는데 당시의 가게 주인들이 대부분 유태인이었다. 그들이 이 사건 이후 가게를 내놓자 뉴욕뿐만 아니라 이곳 워싱턴 DC도 유태인들이 가게를 팔아 치면서 떠나려 하였고 이를 한국인들이 사들여 운영하던 때인지라 워싱턴 DC도 한인들이 대거 경영권을 유태인으로부터 이어받아 소위 리쿼 스토어와 동네 코너 스토어는 거의 100% 한인들이 운영하였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흑인민권 운동자라는 사람이 시장이 되고 이웃 주의 노숙자까지 먹여주고 또 살펴주겠다고 마구잡이로 받아들여 치안이 대단히 어지러웠고 백악관 근거리까지 창녀들이 대로를 활보하기도 했었다.
그러한 끔찍한 상황이니 비록 방탄유리벽에 갇힌 가게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누가 강도당했다. 누가 다쳤다는 말이 돌았고 심지어 매년 몇 명씩 사망하기도 했었다.
아마도 이러한 악몽 때문에 이번 LA 폭동이 나자 또 다시 그러한 사건이 재발될까 하여 트럼프 대통령 아들이 그 자경단 대원들이 총을 들고 건물 옥상에 있는 사진을 올린 것 같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우선 치안이 당시와 비교하자면 대단히 안전하다 그리고 우리 한인들이 이제 그러한 처절하다고 불릴 정도의 목숨을 건 장사에서 대부분 손을 떼었다. 그리고 한인들의 재정적 수준도 높아졌고 의식수준도 또 상식적인 양심,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일등 시민이 되었고 더 나아가 이웃, 불우 또는 노숙자 돕기 등의 지원활동으로 이제 여러 민족으로부터 존경받고 있다고 자부하고 싶다. 언젠가 히스패닉들의 여론조사에서도 그들이 좋아하는 사람들 1위가 한국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이제 옛날 같은 방화약탈도 있을 수 없겠고 설령 있다고 해도 우리 한인은 타민족들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아주 높은 시민이라고 여겨지고 있어 설사 다시 LA 폭동 같은 일이 벌어지더라도 우리 한인은 안전하다고 믿고 또 자부한다. 아니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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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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