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9개월만에 정상간 통화…이란 핵무기 보유 반대에 공감
▶ 푸틴, 우크라 문제 기존 입장 되풀이…마크롱, 휴전 촉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약 3년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대화에 나섰다. 두 정상은 1일(현지시간) 약 2시간에 걸쳐 전화 통화를 했다. 통역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꽤 긴 시간이다. 이들의 직접 대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첫해인 2022년 9월11일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그간 푸틴 대통령과 직접 대화는 '시기상조'라며 거리를 둬 온 마크롱 대통령이 마음을 돌린 계기는 이란 핵문제였다.
이란은 지난달 이스라엘과 미국에 핵시설을 공습당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도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을 동원한 압박에도 이란 핵문제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NPT의 보증국 역할을 하는 프랑스와 러시아로서는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아야 하는 공통분모가 생긴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을 파리에서 만난 뒤 29일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전화 통화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파리(프랑스 정부)로서는 핵확산 위기를 피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에 따라 이란의 동맹국인 푸틴에게 전화하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두 정상은 통화에서 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세계 핵 비확산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특별한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란이 IAEA와 협력하고 NPT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두 정상은 이란 핵 문제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 접촉하기로 했다.
이란 핵문제를 고리로 오랜만에 대화의 물꼬를 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진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상황은 서방 국가들이 수년간 러시아의 안보 이익을 무시하고 우크라이나에 반러시아 거점을 만든 탓"이라며 서방에 책임을 돌렸다. 또 우크라이나 문제를 풀기 위해선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새로운 영토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프랑스의 지지를 거듭 밝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조속한 휴전 협정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르몽드는 이런 여전한 차이에도 두 정상이 대화를 재개한 건 국제 외교 무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묻히지 않고 프랑스와 유럽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독자적 목소리를 내려는 목적도 깔렸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타티아나 카스투에바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장은 르몽드에 "푸틴에 맞서 프랑스와 유럽은 더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선택지는 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는 푸틴과 대화를 전적으로 미국에 맡기면서 유럽이 완전히 주변화하거나 트럼프식 변덕 정치를 감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마크롱 대통령이 하는 것처럼 대화를 재개해 유럽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는 이런 마크롱의 제스처가 모스크바 입장에선 손을 내민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약함과 혼란의 신호'로 해석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전에 그에게 푸틴 대통령과 통화 계획을 알리고 통화 후 내용을 공유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새 총리와 유럽 리더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선수 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메르츠 총리 역시 유럽의 지도자를 자처하며 국제 이슈에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대화는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데, 전임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지난해 11월 푸틴 대통령과 2년 만에 통화한 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어린이 병원 공격이 이뤄지자 "통화 이후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나는 오랫동안 그런 통화를 삼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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