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출연한 tvN 예능프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방송 직후 입길에 올랐다. 진행자 조세호가 게이츠와 찍은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댓글 공격을 받으면서다. 게이츠 이사장은 방송에서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기로 한 배경과 인공지능 발전이 가져올 미래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조세호 유재석, 그리고 게이츠가 한 프레임에 들어온 사진에 많은 네티즌이 분노했다. 이들은 느닷없이 ‘백신 음모론’을 파고들었다.
■ “백신 팔러 왔네, 웃을 일 아니다” “코로나 백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 “게이츠에게 속지 마세요” 조씨가 사진을 올린 SNS엔 이 같은 비난 댓글 수십 개가 이어졌다. 이들 글에 담긴 내용을 보자면, 대체로 게이츠가 코로나 백신 등 개발과 상용화에 크게 투자하면서 백신으로 인한 대규모 죽음에 기여했다는 주장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백신 피해 가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댓글도 적지 않다.
■ 게이츠는 실제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과 무용론자들로부터 오래도록 공격을 받아왔다. 그가 코로나19 백신을 이용해 인류에게 마이크로칩을 심으려 했다는 주장, 백신을 맞게 해 인구 조절에 나섰다는 비난도 일었다. 그가 세계를 움직이는 ‘딥스테이트(비밀 권력집단)’ 일원으로 대규모 백신 임상시험을 벌였다는 설도 난무했다. 하지만 이들 주장은 모두 터무니없다. 게이츠가 백신 부작용 파급력을 말한 연설이 인터넷에서 왜곡된 것뿐이다.
■ 백신 음모론이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홍역 백신 회피로 몸살을 앓았던 미국에선 정부가 백신 회의론을 부추겨 재차 공중보건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백신 접종을 반대해온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의 전횡 탓이 크다. 그는 백신 필요성을 강조한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을 내몰고 백신 개발 예산을 대거 취소했다. 과학이 신념에 짓밟히는 시대다. 예능프로 출연자 사진 한 장이 혹시나 또 다른 팬데믹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공상은 지나친 걸까. 게이츠 방한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국내 백신 불신 여론이 그저 아무것도 아니길 바란다.
<양홍주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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