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브레즈네프가 소련을 통치하던 1980년대 초. 장소는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 한 남자가 불안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다가 고함을 질렀다. ‘브레즈네프는 돌대가리다’라고. 그 남자는 현장에서 비밀경찰에 바로 체포됐다.
무슨 죄로 체포됐을까. 국가원수 모독죄인가. 아니다. 국가기밀 누설죄다. 브레즈네프가 돌대가리인 건 사실이다. 그러니 절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 진실을 밝혀 그만 체포됐다는 거다.
그 당시 소련, 그러니까 공산 전체주의 사회의 언론 실상과 관련해 또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떤 사건이 신문에 보도된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 사건이 얼마가 지난 후 소문으로 나돈다. 그러면 그때야 사람들은 사실로 받아들인다.’
비밀, 또 비밀이다. 침묵만 강요된다. 동시에 모든 게 비합리적이다. 부조리만 판친다. 이 두 개의 스토리는 그 같은 소련공산당 전체주의 체제의 맹점을 꼬집은 해묵은 조크다.
소문이 그칠 새가 없다. 푸틴의 ‘건강이상설’이다.
‘파킨슨병에 걸렸다.’ ‘아니 아스퍼증후군이다.’ ‘그보다도 오만 증후군(hubris syndrome) 증세를 보이는 것 같다.’ 병명도 화려하게 나열되고 있다.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그 때가 2022년 2월 24일이다. 그러자 바로 나돈 게 푸틴의 건강이상설이다.
그러다가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시즌이 바뀌고 해가 달라지면 또 다시 등장한 것이 푸틴의 건강이상설이다.
2024년, 2025년 들어서 푸틴의 건강을 둘러싼 소문은 더 증폭되고 있다. 그가 걸렸다는 병명도 계속 뒤바뀌고 또 추가되고 있다. 파킨슨병에다가, 심정지, 췌장암 등등. 거기에다가 암 때문에 키모 치료를 받고 있다는 설까지 등장했다. .
전체적으로 부어오른 모습에, 달라진 얼굴 표정, 말이 어눌해진 점, 그리고 부자연스러운 행동에 경직된 걸음 등을 지적하면서 일부 언론들은 ‘푸틴 중병설’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무성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진상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도자의 건강상태는 크렘린 체제에서는 국가안보 이슈다. 당연히 국가기밀로 지켜진다. 그러니 확인이 안 되는 거다.
왜 그러면 푸틴의 신변에 대한 풍문이 계속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일까.
푸틴 체제에 대한 전략적 목적의 심리전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의 지적이다. 푸틴 건강이상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있는 곳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다. 거기에다가 미국 등 서방정보당국도 간헐적으로 비슷한 정보를 유출시키고 있어서다.
그러나 그보다는 현재의 푸틴 러시아 체제는 과거 소련체제와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그런 러시아의 내부사정이 전쟁의 장기화와 함께 더 혼돈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것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어지러울수록 유언비어는 더 번지게 마련이니까.
그 다른 한 증좌는 잦은 ‘쿠데타 임박설’이다.
‘전쟁 패배, 경제 붕괴, 러시아연방 해체. 이 세 가지 공포가 러시아 관료사회를 뒤덮고 있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보도다. 이런 분위기에서 푸틴조차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참전 퇴역군인들의 사회로의 귀환이다.
다름에서가 아니다. 이들의 귀환은 러시아 사회의 ‘갱 랜드’화로 이어지고 이는 자칫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게 바로 러시아의 역사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속담이 떠올려진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까’라고 했든가. 소문에,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 푸틴 러시아의 오늘날.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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