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32)가 최근 대중의 외모 평가로 겪었던 고통을 낱낱이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16살 데뷔 후 줄곧 최고의 디바로 활동한 이력을 떠올리면, 폭탄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연예인들은 보통 외모 관련 보도와 발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사람들은 ‘대중의 관심인 만큼 당연히 감수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게 폭력일 수 있다곤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란데는 외모 품평에 시달린 자신을 ‘실험실 페트리 접시 표본’이었다고까지 묘사했다.
■ 그란데는 인스타그램 영상에서 “17살 때부터 페트리 접시(배양 접시)에 담긴 표본이나 다름없었다. 사람들은 내(외모와 몸)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온갖 얘기를 했다”고 토로했다. 타인 건강과 생김새를 가타부타 말하는 건 소음이라고도 했다. 압박이고 끔찍한 일이라고도 말했다. 2017년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 폭탄 테러 현장에서 23명이 사망한 참사를 지켜본 그는 건강 상태를 놓고 입방아 찧는 대중 앞에서 뇌 CT 사진까지 공개해야 했다.
■ 의도를 떠나 모든 외모 평가 행위는 대체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2024년 사이언스디렉트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특징적 외모를 지닌 청소년들은 조롱이 아닌 겉모습에 대한 중립적 언급만으로도 피해를 입는다. ‘낙인’이 자아에 남으면서 사회적 관계가 손상되고, 이에 대처하느라 때때로 고립과 폭력이 유발된다고도 했다. 이른바 ‘루키즘(lookism·용모차별)’은 선의에서 비롯된 관심 표명에도 깨알같이 숨어있을 수 있다.
■ 그란데가 말한 ‘페트리 접시’는 현대 예술가들에겐 종종 외모 품평의 부당함을 표현하는 오브제로 쓰인다. 이러한 페트리 접시 속에 담긴 실험체라도 된 듯 타인을 뜯어보고 평가하는 풍경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그래서일까, 한국인들은 스스로 과체중이라 믿는 비율이 다른 나라 국민에 비해 특히 높다고 한다(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한국 사회에서 위고비 등 혁신적인 호르몬제제가 유달리 비만 치료가 아닌 외모 가꾸기 다이어트약으로 오용되는 현실이 맥락 없는 일은 아니다.
<양홍주 / 한국일보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