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부 자문위 원청 사용자성 인정
▶ 3자 협의 거쳐 교섭공고 시기 결정
▶ 민원 등 감정노동 보호방안 첫 의제
국세청이 하청 콜센터 노조와 직접 교섭에 나서기로 하면서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정부와 하청 노조 간 첫 교섭 사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위원회 심판까지 가지 않고 정부 부처가 스스로 원청 사용자성을 전제로 교섭 절차에 들어가기로 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다른 중앙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민간 콜센터까지 파장이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관계 부처와 노동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전날 고용노동부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가 국세청 콜센터지회에 대해 일부 의제와 관련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리자 하청 콜센터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사실상 교섭 절차 착수를 의미한다. 지회 관계자는 “13일 국세청·지회·하청업체가 참여하는 3자 협의에서 공고 시기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하청 노조가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내고 심판을 거쳐 사용자성을 인정받는 기존 경로와 다르다. 국세청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행정부 내부 판단 기구인 판단지원위의 결론을 토대로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그만큼 국세청이 애초부터 하청 노조와의 교섭 가능성을 열어두고 판단을 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노조 측 역시 교섭 대상을 기획예산처 장관 등 예산 당국으로 넓히지 않고 국세청으로 한정했다.
다만 교섭 범위가 전면적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노조는 직접고용, 임금, 휴가제도 개선, 작업환경 및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등 5개 의제를 제시했지만 판단지원위는 이 가운데 작업환경과 감정노동자 보호조치에 대해서만 원청 사용자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악성 민원 응대 과정에서의 작업 중지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판단지원위는 국세청의 관리 아래 있는 하청업체가 이런 대응 체계를 독자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고 보고 해당 영역에서 국세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직접고용과 임금, 휴가제도 개선 등 나머지 의제에 대해서는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것은 감정노동자 보호가 공공·민간 콜센터 전반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핵심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해 말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7년을 맞아 콜센터 22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2%는 고객 폭언이 있어도 업무를 일시 중단할 수 없다고 답했고, 36%는 폭언 응대 뒤에도 쉬지 못했다고 했다. 낮은 임금과 과도한 실적 압박, 부족한 휴게시간 등 기존 문제에 더해 감정노동 보호 문제까지 원청 책임론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국세청의 결정은 다른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지자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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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곤 고용노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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