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말했지요. 8살 때,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막 도착했던 무렵 선생님이 시를 하나 암송하라고 했다고, ‘난 기억해, 난 기억해, 내가 태어난 집을’로 시작하는 시. 잘 모르는 …
[2017-05-18]영덕식당 아주머니가 청국장 백반을 이고 온다 신문지 한 가운데 둥근 투가리에서 김이 폴폴 오르고, 그걸 맛보겠다고 하느님이 눈발이 되어 뛰어내린다 하느님도 무게가 제법인…
[2017-05-16]자연주의자 시인이여, 저 먼 버몬트주 혹은 오레곤주 어딘가에 갇혀 당신은 바로 이거야 싶겠죠. 거기, 오직 당신만을 위해서 꽃을 피우고 또 시드는 곳. 당신이 할 일은 그저 이…
[2017-05-11]바다가 보이는 언덕길 금련암 우편함은 새집 모양이다 새 집 모양으로 동백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다 지나는 등산객 마 다 한번쯤 열어 보았는지 손때가 까맣게 묻어 있는 우편함 새 들…
[2017-05-09]이아침의 시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제로 일을 하다가 커리어우먼이 되어, 진짜 돈을 벌게 되었을 때 나는 임시로 살던, 가구가 놓여있던 임대 아파트를 떠났지 얼룩진 커튼, 탄 …
[2017-05-04]박영구,‘Reminiscence-clouds’하늘에 있다고 다 별은 아니지.부슬부슬 밤비 오는 날고양이 눈 초롱초롱 뜨고별인 척하는 인공위성도 있으니까.가짜 별은 사람 사이에도 …
[2017-05-02]윤태자,‘#82’먹어본 사람은 알지:뜨거운 김에 축축해진, 두 쪽 낸 빵 사이로 버터가 잔뜩 스며든 빵.먼저는 화가 나지- 버터는 옆에 따로 놓아 달라고 주문했는데-하고 불평하겠…
[2017-04-27]너에게서 멀어지려고뒤란 감나무에서 덤으로 태양을 얻었고부엌 앞에 놓은 우물은 몇 번의 펌프질에 울컥 그리움을 토했다방에 붙어있는 부적은 누군가의 따뜻한 배경이었다도배를 하고 바람…
[2017-04-25]신정연‘, Sound of leaves A’바이올린은 안달루시아를 향해가는 집시들과 함께 슬피 우네.바이올린은 안달루시아를 떠나는 아랍인을 위해 우네바이올린은 다시 돌아올 수 없…
[2017-04-20]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거기까지 닿은 길이몇 갈래의 길과가까스로 만나는 것을.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
[2017-04-18]희망은 아침이 오기 전 어두운 구석을 맴돌고 있지,눈에서 잠을 흔들어 깨우며버섯의 주름 속에서 떨어지고,현자가 된 민들레, 별들이 빛나는꽃술에서 퍼져나가고,단풍나무 저 높은 곳에…
[2017-04-13]한석란, ‘Inner Flares 8’바람이 읽어 내리는 경전 소리인 듯촌스러운 얼룩무늬 차양 펄럭이는 그 집 추녀 끝으로 막 점등한 알전구 불빛 같은 노을 깃드는 저녁듣는 이 …
[2017-04-11]한 남자가 휴가를 갔네. 그는 휴가를 녹화했다네.보트를 타고 강물을 오르내리며비디오카메라를 눈에 대고, 날렵한 보트가 휴가의 마지막 날을 향해 빠르게 달리는 강물, 그 모든 움직…
[2017-04-06]김경애,‘Garden #1’병 없이 앓는안동댐 민속촌의 헛제사밥 같은,그런 것들을 시랍시고 쓰지는 말자.강 건너 임청각 기왓골에는아직도 북만주의 삭풍이 불고,한낮에도 무시로 서리…
[2017-04-04]손남수 ‘무제’금요일 오후 데이빗은 Stephanie.org의 주식을 포기했다고 했다.신디는 댄-오벨리아를 모두 치워버렸다고 하면서 테니스 라켓이나 가디…
[2017-03-30]정동현,‘Companion’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2017-03-28]신정연, ‘Sound of leaves A’삶이란 대체 무엇일까, 할 일이 많아 가만히 서서 그 무엇을 응시할 시간이 없다면나뭇가지 아래 서서양이나 소를 오래 오래 바라 볼 수 …
[2017-03-23]사랑을 아는 바다에 노을이 지고 있다애월, 하고 부르면 명치끝이 저린 저녁노을은 하고 싶은 말들 다 풀어놓고 있다누군가에게 문득 긴 편지를 쓰고 싶다벼랑과 먼 파도와 수평선이 이…
[2017-03-21]박영구, ‘Reminiscence-clouds’세상일이 점점 나쁘게만진행되지는 않지요. 어떤 해에는서리 맞은 머스캣 포도가주렁주렁 열리기도 하도. 푸성귀는 잘 자라고곡물도 실패 …
[2017-03-16]박다애, ‘무제’햇살이 비치면 나무들은 잔가지를 내보입니다그 흰 살결로 비로소 산이 환해집니다줄기를 굴러 내리는 찬 이슬 방울들혹은 굴러 내리지도 못하고햇살에 몸을 맡기기도 하는…
[2017-03-14]미 육군으로 복무하면서 퍼플하트 훈장까지 받은 한인 1.5세 참전군인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추방 지시를 받아 결국 자진 출국하는 안타까…
워싱턴 일원의 공립학교들이 여름방학에 들어간 가운데 페어팩스 등 북버지니아 일원의 공립학교들이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 급식을 실시한다.인사이드노…
그의 나이 55세. 7세 때 가족과 함께 이민을 와 LA에서 성장, 50년 가까이 미국에 살며 참전 군인으로 전공을 세워 퍼플하트 훈장까지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