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주연 감독한 남북정상회담은 해방 이후 최고의 민족 드라마였다. 가족조연 김정일의 오버 액션이 좀 지나쳐 보이긴 했어도 방자가 제아무리 판을 쳐봤자 춘향전의 주인공은 이도령이다.
우리 가족은 3일밤을 TV에 매달려 남북이 연출해 내는 진풍경 명풍경에 울고 웃곤 했다.
예고 업이 순안비행장에 나타나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하는 김정일의 파격적인 행동, 나란히 같은 차에 올라 형제처럼 손을 꼬옥 잡은 채 달리는 남북 정상의 모습, 평양을 떠나는 날 포옹으로 석별의 정을 달래는 장면은 정상회담의 명풍경이었다.
20년만에 만나 구약성경의 쌍둥이형제 에서와 야곱의 해후를 보는 듯 했다.
헤어져 있을 대는 자신의 유산을 가로채 간 동생 야곱을 죽이려고 20년간 원한의 칼을 갈았지만 막상 만나고 보니 피는 돈보다 귀했나 보다. 에서는 칼을 내던지고 동생의 이름을 불렀고 야곱은 “형님의 얼굴을 보니 하나님을 보는 듯하다”고 반가워하며 눈물로 포옹했다.
그런데 명풍경 옆에는 진풍경도 있는가 보다. 북한 의장대의 사열에 내가 감탄하여 “야! 저건 New York New York이 연출하는 Lord of the Dance 보다도 더 웅장하고 아름다운 스탭댄스로구나!” 하자 아들녀석이 시비를 걸고 나왔다. “아빠, 저건 지옥에서 올라온 로보캅의 행진이지 사람의 걸음걸이가 아녜요.”
소년궁전에서 펼치는 북한 소년들의 춤, 노래, 곡예에 아내가 넋을 잃고 감탄하자 이번에는 딸애가 불평이다. “엄마! 애들은 무대에서도 즐겁고 사랑스럽고 순진해야 하는데 북한 소년 소녀들의 공연은 꼭 마귀할멈의 주문대로 춤추는 숲속나라의 꼬마 요정들처럼 잔인하고 불쌍해 보여요.”
만찬 석상에서 웬 노인이 몸부림치면서 시를 읊어대고 있었다. 북한의 어용 시인이겠지 했는데 남한의 고은 시인이었다. 뉴욕의 한국포럼에 나타나 주석님이 돌아가셔서 애석하다고 횡설수설하던 바로 그 양반이다.
그런데 고은 시인의 진풍경은 동명왕릉 앞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동명왕릉은 북한체제를 위하여 만들어낸 허구의 무덤이다. 무덤 앞에서 합장 배례를 올리던 고은씨가 별안간 넙죽 절을 해대는데 그 모습이 선무당의 푸닥거리 같기도 하여 시청하기에 여간 민망스러운 게 아니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진풍경으로 끝나버릴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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