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수상
▶ 이계선(릿지우드 평화교회 목사)
KBS 사극 ‘태조 왕건’을 보고 있으면 저건 통일 드라마란 생각이 든다. 통일도 무력통일이 아니라 평화통일을 위한 드라마다. 그래서 3인의 주인공들이 모두 착하게 각색돼 있다.
후백제의 견훤은 원래 포악스럽고 잔인한 구척 장신의 용장인데 유비처럼 덕장으로 분장시켰다. 최승우를 얻으려 삼고초려를 흉내내는 모습이 유비를 빼어 닮았다. 호남 대통령도 나왔으니 견훤의 이미지를 바꾼 모양이다.
후고구려의 궁예는 영락없는 공산주의 혁명전사다. 장군이나 병사나 백성이나 거지나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먹자는 궁예의 미륵정토 건설은 공산 공분하여 계급 없는 인민 낙원 만들자는 김일성 교시의 실습장을 보는 것 같다.
평양에서 몰래 이 드라마를 보고 있을 김정일이 아주 흡족해 할 것 같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땡초 궁예를 칼막스의 대선배로 대접해 줘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문무겹전의 고려태조 왕건은 원래 유방같은 인물이다. 착하지만 잔인한 야심가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왕건이 도선비기(道詵秘記)를 전수 받음으로서 하늘이 낸 통일의 주인공으로 등극시켰다.
왕건의 통일은 하늘의 뜻을 펼치는 일종의 평화통일이라는 암시가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통일 한국의 주인공이 될 현대판 왕건은 누가 될까? 김대중? 김정일? 아니면 이회창? 이인제?
나는 후속 드라마의 주인공을 미리 상상하는 조바심 같은 것을 느끼면서 재미있게 사극 ‘태조 왕건’을 본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아주 쉽게 통일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끝나면 꿈에서 깬 허전한 기분이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국 통일은 통일 지상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환상이 아니다. 평화통일을 하려면 100조원 가까운 돈이 들어야 한다. 무력 통일을 하려면 6.25 몇 배의 비극을 치뤄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건 남북 경협으로 북한을 남한 만큼 잘 살게 만든 후에 통일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굶어 죽어가면서도 적화통일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저들이 잘 살게 되면 가만히 있을라구? 생각할수록 통일은 골치아픈 숙제다.
조국 떠나온 주제에 내가 무슨 애국자라고 통일 걱정인가? 자식 잘 키워 의사 만들 궁리나 하고 통일은 평통위원들에게 맡기고 나는 그저 통일 드라마나 즐기자. 이래 저래 주말연속극 ‘태조 왕건’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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