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와 부시가 격돌한 미국 대통령선거가 꼭 NBA 결승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야구에서 팔씨름에 이르기까지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스포츠왕국 미국의 최고 인기 스포츠는 NBA 농구다.
힐러리가 라지오를 이긴 상원의원 선거가 NBA 플레이오프였다면 고어와 부시의 대통령선거전은 NBA 결승처럼 흥미 만점이다. 선두가 수없이 뒤바뀌는 농구경기처럼 개표결과가 엎치락 뒤치락이었다. 고어가 이기더니 부시가 앞서고 다시 고어가 이기더니 부시가 플로리다에서 표를 더 얻어 판정승 했다.
팜비치에서 투표용지 문제로 2만표를 잃어버린 고어가 재개표 수검표로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법원에 작전타임을 요청한 고어와 부시는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한국같으면 마산 3.15의거처럼 부정선거 규탄 농성일텐데 미국은 NBA결승 연장전을 보는 듯 페어플레이 관전이다.
프로농구 사상 최대의 명승부전은 1973년 뉴욕 닉스와 LA 레이커스가 맞붙은 NBA의 결승전이다. 레이커스에는 챔버린이 있었다. 평생 게임 평균 50점을 넣은 챔버린의 점수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단도 어림없는 대기록이었다. 닉스에는 프레이저라는 스타가 팀을 이끌고 있었다. 3승 3패로 동율을 이룬 두 팀은 7차전을 맨하탄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가졌다.
1쿼트에 닉스가 10대 24로 밀리기 시작했다. 프레이저가 안 나타나 챔버린을 막을 길이 없는 닉스는 지옥을 헤매어야 했던 것이다.
그 시각, 경기장으로 달려오던 프레이저는 교통혼잡에 막혀 독안에 든 쥐처럼 차 안에서 애를 태우고 있었다. 그 때 문득 한달 전에 만난 한국인 택시기사 최영태 생각이 떠올랐다. “어려운 일을 당하면 기도하십시요. 운전중에 눈을 뜨고 기도해도 하나님은 들어주신답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프레이저는 주일학교 어린이처럼 기도했다.뒤늦게 도착한 그는 워밍업도 없이 정신없이 달려들었다. 자신도 모르는 신출귀몰의 묘기가 백출되더니 대역전극을 벌려 연장전 끝에 뉴욕 닉스는 121 대 120으로 LA레이커스를 누르고 NBA 챔피언에 등극했다. 신바람이 난 뉴요커들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뉴욕 뉴욕’을 합창하면서 맨하탄을 퍼레이드 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NBA의 결승연장전처럼 고어와 부시의 대선 연장전은 치열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잠시후 연장전이 끝나는 날이 오면 고어가 이기던 부시가 이기던 미국인들은 ‘아메리카 아메리카’를 합창하면서 민주주의를 행진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