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이 티격태격 시끄럽더니 어느날 왕창 싸우고 그 날 이후 별거로 들어갔다. 그들이 자존심이 있고 부끄러움을 안다면 해가 바뀌어 그 날이 올 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용한 가운데 반성을 하며 보내는 게 정상일 것이다.
한동안 ‘6.25동란’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한국전쟁이라고 한다. 한국전쟁은 미군에게 잊고싶은 전쟁이라 한다. 1,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승리로 이끈 미군의 자존심이 5년을 채 못 넘기고 동방에 있는 작은 나라에서 무참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한국전쟁이란 있어서는 안되었던 사건으로 너무나 처참하고 슬픈 전쟁이었다. 자기를 귀여워 한 외삼촌은 국방군이 되고, 가끔 사탕을 사주며 꿈을 심어주었던 이웃집 아저씨는 인민군이 되어 서로의 가족과 친인척을 죽이고 헤어지게 만든 어처구니 없는 전쟁. 무엇 때문에 같은 민족이 증오만을 외치며 50년 이상 왕래 조차 못하고 있는가. 지금까지도 그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멍울진 한이 되어 삼천리 강산을 맴돌고 있다. 설혹 전화위복이라 하여 그 전쟁으로 말미암아 한민족이 더욱 잘 되었다 하더라도 한국전쟁 그 자체는 어떤 식의 축하도 받을 수 없다.
미국에는 현충일 외에 베테란스데이가 있다. 이 날은 자유와 민주를 지키기 위해 다른 나라 전쟁에 참전했던 미군용사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고 더 나아가 축하해 주는 날이다. 해서 퍼레이드가 있고 그들이 행진할 때면 연도에서 시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맞아준다. 마치 월드시리즈 게임에서 승리한 양키즈 팀을 축하해 주듯.
이 때까지 한국전쟁 참전용사는 베테란스데이에 찬밥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왜냐면 ‘잊혀진 전쟁’이길 바라듯 미군 사상자만 많았을 뿐 간신히 지지 않고 전쟁에서 빠져 나왔으니 무엇을 환영하고 축하해 줄 수 있겠는가.
그러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비록 승리는 하지 못했어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숭고한 목적을 높이 평가하면서 몇년 전부터 한국전쟁을 재조명하더니, 급기야 올 2000년에는 ‘한국전쟁 50주년’을 부각시키며 미국 곳곳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치렀다.
한미 관계로 보아 한국정부는 미국의 이같은 행사에 대해 남의 일 보듯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족상잔이라는 자기의 환부를 붕대로 싸맨채 억지로 웃을 필요가 있을까? 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용사가 자랑스럽게 걷는 모습을 어여삐 보지 못하는 것은 나만의 이기심일까?
훗날 별거하던 부부가 상호 신뢰속에 재결합하고 새 웃음이 넘치면 그 날의 어리석음을 잊지 않기 위해 조촐한 파티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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