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년전 일본의 유통업계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었다.
무려 336년간 도쿄 중심부에서 영업을 해오던 대형 백화점이 문을 닫은 사건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로 대비해보자면 조선조 임진왜란 직후쯤부터 영업을 해왔던 상점이 문을 닫은 것이다.
그 사건의 주역은 바로 알라모아나센터에도 매장이 있는 ‘시로키야백화점’이었다.알라모아나센터내 시로키야입구에는 이 백화점의 설립과 관련된 역사가 적혀져있는데 거기에 보면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토요토미 히데요시,오다 노부나가등이 일본의 패권을 놓고 쟁패를 벌이던 에도시대에 시로키야가 에도(지금의 동경)의 한 포목상으로 출발, 오늘날의 근대식 백화점으로 변모한 변천사가 적혀있다.
시로키야는 지난 58년 일본의 철도,유통명문그룹인 도큐그룹에 매각됐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도쿄시내 니혼바시에 소재한 시로키야백화점이었다.
그뒤 시로키야는 이름을 바꿔달고 일본경제의 성장과 더불어 대형 고급백화점으로 승승장구했던 것으로 전해졌었다.
또 니혼바시에는 도큐백화점외에 다른 대형백화점들도 들어서 번창하다가 수년전부터 일본의 거품경제가 끝나고 경제위기설이 나돌면서 이 지역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주변에 속속 들어서는 대형할인점등의 무차별 공세속에 결국 니혼바시 도큐는 336년만에 문을 닫게 된 것이라고 한 잡지는 전했었다.
이 소식과 관련 당시 알라모아나센터의 시로키야백화점의 이시카와매니저는 기자에게 다소 풀죽은 목소리로 ‘니혼바시 도큐가 쓰러지긴 했지만 하와이의 시로키야는 별 영향이 없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시로키야 펄리지점이 오는 3월18일 약20여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니혼바시 도큐가 마지막 폐업세일을 할 때 고객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자 한 점원은 그렇게 한탄했다고 한다.
‘고객들이란 마치 하이에나와 같구나.정상영업을 할때는 그렇게도 찾아주지 않더니 문을 닫으려니까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구나”라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는 것이다.
336년의 역사를 가진 니혼바시 도큐가 무너진 것은 의외로 간단한 이유때문이라고 한다.경기침체가 왔을 때 고급품위주에서 탄력있게 대중적 제품판매로의 전환에 실패했고 니혼바시 상권 자체가 오락성이 없는 곳이라 소비력이 왕성한 젊은 층의 발길을 흡인하지 못한 탓이라는 것이다.호놀룰루 애드버타이저 경제분석기자에 따르면 펄리지점의 폐쇄에 이어 알라모아나시로키야점도 리스가 끝나는 2003년이후의 앞날을 알수 없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시로키야의 몰락을 보는 소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착잡한것으로 알려져있다.거기엔 근대 일본의 전통과 유통업계의 자존심이 함께 했었으나 그 몰락에는 오늘날 일본경제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거품경제시절 흥청망청 들어오던 돈으로 ‘온 미국땅을 다 살듯이’ 기세를 올렸던 일본경제가 시름시름 앓으면서 다이에이 백화점에는 ‘99센트짜리’ 일본도산기업들의 제품이 형해(形骸)처럼 즐비하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라 했거늘 시로키야의 몰락은 권력무상뿐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대로 도태되어버리고 마는 기업의 무상을 실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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