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는 한국의 재벌들은 상상하기 힘든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재벌들뿐만 아니라 하와이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도 얼른 머리속에 와닿지 않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희한한 일들’의 주역은 미국의 부자들이다.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는 조지W.부시 대통령은 1조달러가 넘는 야심적인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미국국민들 그 누구도 자신이 버는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천명했는데 정작 이 발표로 가장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부자들이 ‘이건 안된다’고 반대를 하고 나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은 그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이 란에서 자세한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으나 하여튼 주요 골자는 부자들의 상속세를 향후 수년내에 걸쳐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현재 연수입이 3백만달러가 넘으면 약55%정도를 세금으로 납부하게 되어 있는 것을 최고세율 33%로 고치겠다는 것등이다.
내용대로 감세안이 확정된다면 미국의 재벌들은 그야말로 세금으로 내온 엄청난 돈을 내지 않아도 되게끔 되어있다.
그런데 부시의 그 감세안을 재벌들이 가장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 회장,한국에도 잘 알려진 증권가의 큰손 조지 소로스등 세계 최고 갑부급의 약 140여명이 반대캠페인을 벌이는 것을 지난주 뉴욕타임즈가 1면기사로 보도했고 아예 유수 신문지상에 부시 감세안 반대캠페인 광고까지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의 세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중산층,저소득층에게 부담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미국의 부자들 모두가 이런 건전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이들의 움직임은 차라리 신선하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돈의 궁극은 ‘인간으로 누릴수 있는 멋’을 제대로 향유하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돈을 실컷 벌어서 존경도 받지 못하고 ‘멋도 없이 욕만 먹다가 죽는다면’ 돈은 멋과 자유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피해의식만 가져다줄 따름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선비들이 돈은 없지만 존경을 받았던 것은 그들에게는 ‘멋과 풍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가 고파 대청마루에 앉아 떨어지는 낙숫물이나 바라보고 있었을지언정 머리속에서는 ‘우중만리심’(雨中萬里心:빗속의 내마음 만리를 가네)에 젖어 시를 노래했었다.
지금 우리나라 재벌들이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은 돈은 있으되 ‘정신이 천박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한마디로 ‘멋’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꽃을 사들일줄만 알지 꽃의 기품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꽃에 관한한은 ‘감상의 불구’다.호화 양장본 책을 구입해 책장을 채울줄만 알지 책을 읽지않는 사람들이 ‘정신의 서가’는 텅 비어있는 것처럼 환원할줄 모르는 재벌들이란 돈은 쌓아놓을지언정 ‘멋으로서의 인생’으로부터는 점점 멀어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천민자본주의의 간판격’으로 치부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가엾기조차 하다.
우리가 살고있는 하와이 한인사회에서도 많은 한인들이 돈을 벌기위해 생업을 살고있지만 그와 함께 돌이킬수도 없이 아주 멀리 ‘멋’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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