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하니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이라.
“나라는 망하였으나 산과 물이 그대로 있으니 성 안에도 봄은 돌아와 초목들이 수북하게 자랐네” <필자의 졸석>
두보의 유명한 春望이란 詩의 첫 구이다.
해마다 오는 봄 앞에는 3.1절이 먼저 온다. 어둡고 춥고 아득하기만 했던 일본제국의 식민지 통치가 끝나고 해방을 맞으니 치열하도록 서럽게 기다리던 백성들에게 비로소 주권국의 주권이 다시 돌아왔고 기다리던 자유가 대문 앞에 봄처럼 줄을 서서 우리에게 돌아왔다.
조선민족이 나라를 빼앗기었어도 조선민족으로 꿋꿋하게 버티고 기다렸더니 독립이란 월계의 관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만큼 국가의 독립은 그 나라 민생들에게 둘도 없이 중요한 것이다.
이조 오백년 뿐만 아니라 삼국시대에도 일본인의 침입은 작거나 크거나 한반도 남해안이나 동해안, 심지어는 서해안까지도 빈번하였고 그 때마다 재물을 약탈당하고 수많은 여인들이 납치되어 갔다. 그 빈번하던 노략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한 정세 판단이 무디어 마침내는 나라 전체를 노략질 당한 것이다.
사실 임진왜란을 치룬 이조가 일본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일본의 침략 내용을 무시했거나 아니면 전혀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던 그 방심을 우리는 두려워해야 했다.
날이 무딘 면도날은 상채기만 낼 뿐이다.
백성들의 행복과 자유를 주권에 묶어 몽땅 갖다 바치는 대신에 민생의 살림살이와 강토를 찢어놓았다.
산야에 가득하던 나무들은 軍木으로 모두 베어져 나가 버얼건 흙이 뱃때기를 통채로 내민 벌거숭이 산이 되었고, 식기로 쓰던 냄비며 솥단지, 심지어는 숟가락까지도 軍鐵로 모두 빼앗기었다.
해방과 독립은 남의 손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해방 보다 더 중요한 민족 정기의 발아는 기미년 3.1운동에서 횃불이 밝혀지기 시작했으니 해방이 되면서도 신탁통치로 이어지던 강대국의 횡포를 향하여 부르짖던 신탁통치 반대운동도 그러한 민족의 깨달음에서 온 것이었다.
“自由는 萬有의 生命이요, 平和는 人生의 幸福이라...” 조선의 독립서의 한 구절처럼 자유와 평화는 생명이요, 행복이다. 자유와 평화가 있는 독립국가에서 어느 누가 자국민의 꽃같은 청춘의 젊은 여인들을 전쟁터에 쓸어다 바쳤겠는가!
“시골길 토담 옆에 / 초롱꽃 같은 목숨이 / 어느 날 / 초롱불을 끄고 울고 있었다 / 그 때 / 너 몇 살이었더냐 / 내 나라에 없던 / 상스런 사내들이 / 창칼을 깃발로 세우고 / 으시대며 네 살을 도려내던 / 그 때가 / 너 몇 살이었더냐 / 적막강산 남북 천리 길을 / 천근같은 맨발로 짚고 가던 / 남양 길 / 북향 길 / 아! / 그 때 너 몇 살이었더냐 / <졸시 ‘그 때 너 몇 살이었더냐’>
찜통같은 남지나 반도나 찬바람 휘몰아치는 차디찬 만부벌의 전쟁터로 끌러갔던 꽃같은 젊은 나이의 소녀들이 이제는 정신대란 이름의 노인이 되어 둘도 없는 한 인생을 통탄하며 몇몇이 남아 굽은 허리로 살아가고 있다.
작은 판단의 잘못이 큰 상처를 남겨준 것이다.
우리는 지금 미국땅에서 해마다 미국 시민으로서의 주권을 획득하고저 더 많은 사람들이 시민권을 신청한다. 잘하는 일이다. 미국시민이 되었다고 해서 마음마저 미국 시민권자가 되지는 않겠지만 세상살이는 환상이 아니라 실상이요, 사회는 종교형이 아니라 시장형이다. 그래서 더더욱 주권이 필요한 것이다.
민족사에서 둘도 없이 하나뿐인 기미년 삼일운동을 아이들에게도 전수해 주어야 한다. 미국에서도 독립정신과 독립기념일이 있듯이 3.1절이 술 마시고 춤추고 마이크 잡고 노래하고 골프나 치는 그런 날이 아니란 것을 알려주고 기미년을 아는 사람들, 한 백성의 얼을 다 같이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한 마디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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