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1백여년전 한 시인이 ‘아아 이 세상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정신병동같다’고 슬퍼한 적이 있었다.
기억이 어렴풋해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프랑스의 천재시인 랭보로 생각되는데 지금 바로 그 시인의 예언적 통찰력에 전율하게 된다.
1891년에 30대 초반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시인 랭보는 그러한 세상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아예 현실을 등지고 아프리카로 잠적해버려 후세의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아까운 시적 재능을 한탄하게 만든바 있다.
그런데 진정한 의미의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1년 요즘 정말로 ‘이 세상이 거대한 정신병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는 것이다.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 그것은 마치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천진난만하게만 생긴 고교생이 학교에서 웃으면서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곧이어 이번에는 본토 동부에서 사립학교 여중학생이 같은 반 여학생에게 권총을 발사해 부상을 입혔다.그 학생 역시 죽을수 있었으나 다행히 어깨에 총을 맞는 바람에 살아날수 있었다.
그 뿐인가. 전교에서 1등을 했다는 한국의 여고생이 경찰에 체포된뒤 ‘용돈이 필요해 원조교제를 했다’고 태연하게 말하는가 하면 인터넷의 ‘자살사이트’에 접속했다가 거기에서 자살 방법을 배워 진짜로 자살을 하는 어린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을 막론하고, 본토와 하와이를 막론하고 세상 곳곳에서 ‘절규하는 몸부림들의 초상’을 보게 된다.
그들은 마치 이유도 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몽매한 사슴들을 연상하게 한다.
무엇을 위해서 왜 죽는것인지, 무엇을 위해서 왜 총기를 난사하는 것인지 이 사회의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웃으면서 총기를 난사하게 만들었는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어둠의 실체가 이 세상을 조소하고 있는것만 같다.
‘청부 살인을 해달라’는 인터넷 메시지를 읽고 돈을 받고 그대로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 생기고 서울 홍제동에서는 어머니와 다투었던 아들이 홧김에 집에다 불을 질러 수많은 소방관들이 목숨을 잃는다.
대책을 말할수 조차 없는 이러한 사건들은 요즘 하루가 멀다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왜 생기고 있는 것인가.인터넷이 발달하고 최첨단 문명이 인간을 살기 편하게 만든다고 하는데 왜 이런 일이 속출하고 있는 것인가.
정신이, 정서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어린아이건 어른이건 할 것없이 많은 이들이 ‘소외되었다’고 느끼고 있고 그들은 실제로 혼자만의 어두운 방속에서 ‘복수’를 꿈꾸다가 급기야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빛의 상실’에서 생기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그토록 가엾은 인간 영혼의 어두운 심연을 묘사하면서도 언제나 그 영혼들에게 ‘빛’을 불어넣었었다. 그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속에서도 ‘그리스도라는 빛’을 통해, 순수한 영혼에 대한 사랑을 통해, 또는 진리에 대한 염원이라든지 인간영혼의 순수를 지향하는 그 마음을 통해 ‘빛’을 제시했고 그의 글속의 영혼들은 주어진 생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다시금 받아들임으로써 어두웠던 정신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삶의 세계로의 환희에 찬 U턴을 실행했던 것이다.
생에 대한 ‘사랑과 책임’-그것은 어둠속의 숨줄기와 같은 하나의 빛과 같은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도스토예프스키가 역대 작가중 가장 극명하게 제시한 ‘인간존재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최근 영혼의 파탄을 드러내는 많은 사건들을 보면서 이 시대에 ‘도스토예프스키’가 자꾸만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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