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이 한인회장 선거일이 맞나 할 정도로 한인들이 이번 선거에 무관심하다.
그것은 후보자간에 서로 비방하는 것이 흉할 뿐 아니라 각종 엄청난 유언비어가 돌아다니니 그 혼탁한 물에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인회장 선거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일요일 선거에 참여 않겠다는 한인도 있고 “어느 누구도 믿음이 안가니 누굴 찍느냐?”는 한인도 있다.
사실 나 역시 아직 누굴 선출할 것인지 결정 못했다.
그 동안 교회나 성당, 한인행사 장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들을 본 적은 있지만 과거 한인회장 선거 때 같은 진지한 열기가 없다는 점이 이번 선거의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후보들은 저마다 자기가 적임자라고 주장하는데 그 바람과 상관없이 유권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것은 그들이 뒤로, 보이지 않는 손으로, 행동과 말이 일치하지 않으며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한국 정치 판을 너무 닮아갔기 때문이다.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온 후보자들에게 밥을 얻어먹는 유권자들의 태도도 그렇다.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 것이 당연한 이 미국 땅에서 자기 장사를 뒷전으로 하고 무보수로 일하겠으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느라 목이 쉬고 피곤에 절은 후보자들에게 왜 밥을 얻어먹는가?
“이게 참으로 무슨 고생인가?” 하고 오히려 밥 한 끼라도 사주어야 하지 않을 까.
오래 전, 한국에서 연극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선배를 위해 밤낮을 잊고 선거운동을 하는 연극 연출가를 본 적이 있다. 지방 연극인들까지 불러모아 합숙을 시켜 가며 표 관리를 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뭐 하러 그런 일을 해요?”하고 물은 적이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연극인 협회 회장, 가난하고 힘없으나 순수한 예술에의 열정으로 충만한 그들이 왜 회장 자리를 놓고 그렇게 다투는가 싶어 의아했는데 건너온 대답이 이랬다.
“재미있잖아요. 밤새도록 서로의 연극관에 대해 토론하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도 마시고 소리도 마음껏 질러보고.”
재미있다? 흥이 겹다는 말이었다. 한바탕 잔치 마당처럼, 장날 벌어진 사물놀이판처럼, 신이 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일단 회장이 뽑히면 언제 두 갈래로 갈라져 싸웠냐는 듯 순식간에 하나로 뭉쳐 다시 새로운 연극 무대를 대상으로 열을 올렸던 것이다.
원래 우리 조상들은 한 동네 사람이 결혼식이나 환갑 잔치를 하게 되면 그 잔치는 온 동네 잔치가 되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동원되어 전을 부치고 떡을 치고 동네 강아지까지 개구쟁이 꼬마를 따라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잔치 분위기를 부추겼다.
한인회장 선거도 꼭 내가 되어야 한다거나 내가 뽑은 회장이어야만 한다는 부담감 없이 내가 안되면 다른 사람이 해도 좋은, 사심 없고 욕심 없이, 다같이 주인인 축제 분위기로 치러져야 한다.
팍팍한 이민 생활을 보내는 한인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몰려 투표하고 한담도 나누는 그런 자리, 시민권자·영주권자·불법체류자·유학생 모두 다 같은 한인으로서 동질감을 확인하며 잔칫날 마당에 참여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도 아니 요 저 사람도 아니고 그 사람도 아니올시다’는 식으로 말이 돌고 돌다보니 이런 투표에 참여해선 뭘 해 하며 지레 포기하는 유권자도 생겨나고 있다.
그래도 신성한 한 표를 포기하지 말자. 만일 선거 당일까지 누굴 찍을지 곤혹스럽기만 하다면 이렇게 하자.
그냥 선거장에 나가는 거다. 그리고 눈이 맞는 후보자를 찍는 거다. 직접 눈이 마주친 후보자나 홍보 포스터에서 유독 그날 마음이 끌리는 후보 말이다. 눈 맞은(?) 그 후보가 당선이 되든 안되든 그 선택에 대해선 흔들리지 말자.
요즘 미국 대통령을 보면 만신창이가 된 후보자라도 일단 그 자리를 맡고 나니 주위사람과 언론이 그 자리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을 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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