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다운타운 선술집(?)에서 거문고와 재즈의 독특한 만남이 있었다.
미국에서 20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거문고 연주자 겸 작곡가 김진희씨. 그가 지난 9일 뉴욕 맨하탄 JOE’S PUB에 마련된 무대에서 흑인 재즈 연주의 대가들과 협연을 한 것.
카네기홀 데뷔를 앞두고 홍보를 위한 전초전(?) 차원에서 열린 이날 공연은 ‘감동’ 그 자체였다.
뉴욕대학원에서 음악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를 따라 억지로 끌려가듯 간 그 곳. 졸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거문고와 서양 악기의 협연은 ‘색다른 경험’과 ‘한국인의 긍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첫 순서로 마련된 현악 4중주와 거문고를 위한 ‘농락’에서 현악 4중주는 조선시대 궁중음악인 종묘 제례악이나 수제천을 연상시켰다. 바이올린을 켜는 소리는 마치 국악기인 ‘아쟁’ 소리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들 정도였다.
친구가 음악에 문외한인 내게 “국악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내세우는 많은 작곡가들이 서양음악 스타일로 곡을 쓰거나 음색 실험차원에서 국악기를 사용하는 것과는 반대로 그의 음악은 서양음악과 서양악기로 하여금 국악의 기법과 뉘앙스를 따르도록 요구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렇구나’하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 여야 했다.
컴퓨터를 연결해 온갖 소리를 내는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전자거문고를 발명해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김씨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관중들. 그들은 그의 음악 세계에 매료돼 깊이 깊이 빠져드는 것 같아 보였다.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마지막 순서인 색소폰과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나온 재즈 뮤지션과의 협연이 끝나자 관중들은 ‘원더풀’과 ‘앵콜’의 박수 갈채를 한참동안 보내고 있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김씨는 공연 중간에 거문고 악기에 대한 설명의 시간도 마련, 한국 악기와 음악의 우수성을 외국인에게 알리는 ‘홍보사절’ 역할도 톡톡히 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2시간 정도의 공연 내내 외국 언론기자들의 취재 경쟁에서 그의 음악적 재능과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참으로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느낄지 않을 수 없었다.
거문고는 국악기 중 현악기로 현금이라고도 한다.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붙여서 만든 울림통 위에 명주실을 꼬아서 만든 6줄을 매고 술대를 쳐서 소리를 낸다. 소리가 깊고 장중하여 예로부터 ‘백악지장(百樂之丈)’이라 일컬어 졌고, 학문과 덕을 쌓은 선비들 사이에 숭상되기도 했다. 지금도 줄풍류를 비롯하여 가곡반주와 거문고산조 등에서 출중한 멋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국악기 거문고 연주로 외국인들을 매료시키는 김진희씨!
개인적 인연을 맺고 있다는 친구는 공연 후 “미국의 현존하는 유명한 작곡가들과 어깨를 같이 하고 높은 평가를 받는 김씨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음악의 문외한이라 음악적 재능을 평할 수는 없지만 그가 한국인이라 자랑스럽다는 말에는 흔쾌히 동감할 수 있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 활동에서 한국전통 음악 고유의 특성인 ‘시김새’ (음을 굴리고 떨고 흘리고 해서 음 하나 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은 기법)를 서양 악기에 불어넣는데 진력했다고 한다. 서양음악에서는 항상 화성을 바탕으로 음악이 진행되는 것에 반하여 우리의 음악은 서양음악과 달리 음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생명력이 있다는 뜻에서 김씨는 ‘살아있는 음(Living Tone)’이라는 독특한 명칭을 붙여, 작품 연주와 강의를 통해 미국에 소개하고 있다는 것.
그는 우선 외국인들에게 생소한 거문고를 통해 한국음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우리의 전통악기 연주기법을 서양악기로서도 연주 가능하게 곡을 직접 만들고, 강의를 통해 거문고와 한국음악을 보급하는 역할도 꾸준히 하고 있다.
개인적 만남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남다른 긍지를 엿 볼 수 있었다’는 친구의 얘기는 쉽게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미국작곡가 오케스트라의 위촉으로 작곡한 거문고 협주곡 ‘영원한 바위(Eternal Rock)’를 직접 세계초연하며 18일 뉴욕의 카네기홀에 데뷔하는 김진희씨의 공연이 성황 속 막을 내리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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