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 박봉현 편집위원
미국이 아니, 세계가 온통 테러 얘기로 시끄러우니 천진한 어린이들도 참극에서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LA의 행콕팍 초등교 5학년 남학생은 어머니에게 "이런 일에 관심 없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다행이라고 여겼었는데 하루는 내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아들과 통화를 원해 바꿔주었더니 아들이 뉴욕 시민들이 불쌍하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어린 나이지만 충격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것 같다며 다소 우려를 표시했다.
밸리의 헤일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은 아버지와 차를 타고 가면서 우연히 테러사건 얘기를 하다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는 "쾌활하던 아이가 갑자기, 죽은 사람들이 불쌍하다며 화를 내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며 아들이 상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라크라센타의 던스모어 초등교 5학년 여학생의 아버지는 "학교에서 테러와 관련해 자녀들을 잘 돌보라는 취지의 공문을 집으로 두 차례 보내왔다"며 TV에서 테러사건 보도가 나오자 아이가 멍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부모 마음도 좋지 않았다고 했다.
밸리의 놀우드 초등교 5학년을 둔 한 아버지는 "왜 아버지는 테러에 대해 얘기하지 않느냐"고 묻는 아들에게 테러사건을 소상히 설명하기 곤란해 "선생님께 여쭤보라고 했다"며 테러사건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도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자녀가 테러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오면 부모는 더 난감해진다. LA의 3가 초등교 5학년 남학생은 청문회 하듯 아버지에게 질문공세를 폈다. "테러범은 어느 나라 사람이야" "아랍사람들이 왜 다른 나라를 공격해" "그리고 왜 하필 미국이야" "왜 뉴욕 월드 트레이드센터를 공격했어" "이제 지구가 없어지는 거야"
아버지는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주입식이 아니라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라 궁금해하는 것이 이해되면서도, 오랜 세월동안 자라온 반미감정의 뿌리를 한순간 대화로 풀어헤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답답해했다. 이 아버지는 그저 "흑인이든, 히스패닉이든, 회교도든, 유대교도든 가리지 말고 모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만 당부했다고 한다.
미국의 보복공격이 개시되면 세상이 또 한차례 ‘피 얘기’로 뒤범벅이 될 판이다. 테러로 입은 동심의 상처가 잘 아물 수 있도록 감싸주어야 하겠다. 어린 자녀들이 신문과 방송에 가급적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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