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 민경훈 편집위원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동양의 실상을 서양에 전한 첫 작품이다. 서구인의 아시아에 대한 호기심을 촉발시켜 유럽인들로 하여금 전 세계를 탐험하도록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 이 책에는 이란에 본부를 둔 산적 두목 이야기가 나온다.
알라오딘이라는 이름의 이 산적은 깊은 산 속에 철옹성 같은 요새를 지어 놓고 그 안에 지상낙원에 버금가는 정원을 꾸몄다. 온갖 기화요초 사이에 젖과 꿀과 포도주와 물의 강이 흐르고 절세의 미녀들이 천상의 음악을 연주하며 온갖 시중을 들어준다. 물론 여기에는 알라오딘이 허락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산의 왕’이라고 불린 이 산적 두목은 자기 관할지역 내 12세에서 20세 사이 건장한 청년들을 요새로 불러들여 무예를 시험한 후 쓸만하다 싶은 사람은 마약을 먹여 잠재운 후 정원으로 옮겨 놓는다. 청년들은 꿈결 같이 황홀한 며칠을 보내지만 곧 다시 요새로 되돌려 보내진다. 깨어난 이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산적 두목이 나타나 암살 지령을 내리면서 이 임무를 수행하다 죽으면 바로 아까 있던 천국으로 직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말을 들은 젊은이들은 ‘제발 나에게 그 일을 맡겨달라’고 애원하며 하루 빨리 죽기를 갈구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거역하는 자는 캘리프건 장군이건 살아남지 못했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암살단원 덕택에 중동지역에서 이 산적 두목의 말을 듣지 않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11~13세기에는 이란과 이라크는 물론 시리아에서 쿠르디스탄에 이를 정도로 막강한 위세를 떨치던 이 암살단을 박멸한 것은 징기스칸의 손자 훌라구였다. 그는 이들의 소굴을 하나씩 격파, 1256년에는 이란 북쪽 알라뭇에 있던 암살단의 본거지를 함락시켜 그 씨를 말렸다. 암살단원들은 3년간이나 포위 당했는데도 먹을 것이 다 떨어져서야 백기를 들었다.
중동 지역이 암살단의 본산이라는 점은 역사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암살자를 뜻하는 영어의 ‘assassin’이라는 단어는 ‘마리화나의 일종인 하시시(hashish)를 피는 자들’이라는 뜻의 아랍말로 십자군에 의해 처음 유럽에 소개됐다.
부시가 아프간의 탈레반이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는 최후통첩을 보내 전쟁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만은 테러범 일당을 소탕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훌라구의 전례가 말해 주듯 이들 암살집단은 독종이다. 폭격 몇번 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과연 미국에게 이들이 숨은 땅굴을 이 잡듯 뒤져 테러범을 박멸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