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 박봉현 편집위원
연개소문이 신라 당항성을 공략하자 당태종이 수십만 원군을 이끌고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 안시성 성주 양만춘은 당나라 대군의 집요한 공격을 막아내면서 동시에 당나라군의 보급로를 끊었다. 병참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다는 참모의 얘기를 전해들은 당태종은 퇴각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도망가던 당나라 군사들은 퇴로를 장악하고 있던 양만춘의 군사들에 의해 무수히 죽었다. 보급로의 중요성을 웅변하는 역사다.
세계 다이아몬드 업계가 지난해 벨기에에 모여 아프리카 반군이 불법으로 밀반출하는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막기 위해 ‘피묻은 다이아몬드 거래근절’을 선언했다. 반군의 무기구입에 자금줄이 돼온 다이아몬드 밀수를 근절해야만 아프리카 분쟁이 종식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카스트로가 쿠바 혁명에 성공하자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사탕수수의 수입량을 95%나 축소했다. 쿠바 재정의 최대 자금줄을 잘라내 카스트로 정권을 타도하려는 전략이었다. 카스트로는 소련의 지원 약속으로 간신히 파국은 면했지만 당시로선 목이 조여오는 상황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유고의 밀로셰비치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공습을 감행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클린턴은 미지상군 투입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그리스, 키프로스 등지의 은행에 은닉된 것으로 파악된 밀로셰비치의 구좌를 해킹해 돈을 빼돌리는 안을 승인했으나, "이 방안이 자칫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껄끄럽게 할 것"이란 연방의회 정보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혀 보류한 적이 있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수년전 보도했었다.
부시 대통령이 뉴욕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그와 관련된 배후 등 27개 단체 및 개인의 자산동결 조치를 취하고 외국 정부와 금융기관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고 유럽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지지를 받아냈다.
그러나 테러자금은 중미 카리브해 지역과 동남아의 마약거래 조직과의 연계를 통해 몇 단계의 돈 세탁을 거치므로 추적하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테러와의 전쟁선포 후 첫 시도인 ‘자금줄 차단’의 성공여부는 당장 점치기 어렵다. 테러자금이 흘러들 수 있는 틈새가 도처에 있고 지속적인 경계를 요하는 캠페인이란 이유에서다.
부시는 테러자금 루트 봉쇄에 협조하지 않는 외국 금융기관들에 대해 ‘미국내 영업불허’란 협박성 발언을 할 정도로 비장하다. 하지만 국제적 성격을 띤 사안을 국내문제 다루듯 해선 안 된다.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들에 정중하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마지못해 하는 협조는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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