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종일 메마른 바람이 불어대더니 다 저녁때가 되어서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뿌렸다. 후두득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아! 곧 추워지겠군"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가면 곧 봄이 올 것이다. 가을이 가기 때문에 겨울이 오는 것인지 겨울이 오기 때문에 가을이 가는 것인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래도 1년이 4계절로 나누어져 있어서 다행이다. 만일 여름과 겨울만 있다면 갑가지 변한 환경에도 이렇게 쩔쩔매고 있는데 날씨까지 갑자기 추워지는 극심한 변화를 보인다면 내 자신이 너무나 힘이 들 것 같기 때문이다.
30년 내 인생의 터전이었던 고향 땅을 떠나 굳은 결의와 각오로 내 인생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 이 땅에 발을 디딘지 7개월, 한 평생을 이 땅에 터닦고 사신 분들이 보기엔 젖비린내 나는 어린아이의 옹알이라고 할 지 모르겠으나 그 7개월의 기간동안 내가 만난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스스로가 한국인임에 자긍심을 갖지 못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박찬호나 박세리 등이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이 생기면 "나도 그들과 같은 한민족이요"했다가 국내에서 조금만 잘못된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 "한국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래?" "한국 사람은 어쩔 수 없어" 라고 말하는 동포들을 만나면서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이오?"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처음 이곳에 도착하여 며칠간은 적응이 되질 않았다. 너무나 조용해서 적막감까지 드는 동네에 ‘과연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긴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에 쉬는 날 늦잠이라도 자려고 하면 골목길을 종횡무진 뛰어 다니는 개구쟁이들의 재잘거림과 과일이며 생선등을 사라는 간이 슈퍼형식의 차에서 들려오는 "왔어요 왔어!~"하는 소리가 좀처럼 나를 놔주지 않던 한국의 그 풍경이 떠오른다. 워낙 좁은 땅 덩어리에서 북적거리며 살아가는 내나라 내 민족의 근성이 "어쩔 수 없어, 도대체 왜그래?"라는 표현을 들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9.11사건 다음날 이태원 거리에선 미군이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무고한 우리 국민들의 발을 3시간 이상 거리에 묶어놓는 사건이 벌어져서 국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는데 여유롭고 풍부한 환경에서 선진국의 혜택을 받고 산다고 해서 좁아터진 땅 덩어리에서 머리 터지게 부딪히며 살아온 국민성을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은 돌아가고 싶을 때 돌아갈 수 있는 조국이기에 이제는 더 이상 불쌍한 우리민족을 스스로 깎아 내리는 발언을 삼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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